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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형언할 수 없는 공포”···최악의 소말리아 알샤바브 테러, 미 대테러 이정표되나

by bomida 2017. 10. 16.

15일(현지시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시내에 전날 차량 폭탄 테러로 블탄 차량과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소말리아 정부는 16일까지 300명이 넘게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형언할 수 없는 공포다.”


 비명 소리와 피 냄내로 가득찬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병원의 간호사 사미라 아브디는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두 차례 폭탄 테러로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며 15일 AP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소말리아 정부는 16일까지 300명이 넘게 숨지고 또 다른 3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다친 사람들의 대부분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아브디의 말처럼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말리아 상원 부대변인인 아부시르 아흐메드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병원의 원장이 ‘신원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탄 주검이 130구가 넘는다’고 말했다”며 “내가 기억하는 가장 끔찍한 사건”이라고 적었다. 이번 공격은 소말리아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로 기록될 전망이다.


 모가디슈 중심가 호텔 인근과 가장 번화한 K5 사거리를 차량 폭탄으로 노린 이번 테러의 배후를 주장하는 조직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소말리아 정부는 알샤바브를 지목하고 있다.


 ‘청년’을 뜻하는 ‘알샤바브’는 소말미라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이슬람 조직이다. ‘하라카트 알샤바브 알무자히딘’ 즉 ‘청년 전사 운동’이란 뜻이다. 1990년대 시작된 내전으로 소말리아 정부가 붕괴된 후 이슬람율법에 따른 통치를 주장하며 세력를 키웠다. 자신들의 말에 따르지 않는 주민들을 무차별 살상해 악명이 높았다. 2013년 67명이 숨진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인질극, 2015년 모가디슈 호텔 폭탄테러 등도 이들의 소행이다. 2012년 알카에다의 공식 지부를 선언했으며 현재 일부는 알카에다에 충성 맹세를, 일부는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샤바브는 한 때 모가디슈의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2007년 이후 아프리카연합(AU)군과 미군 2만2000명이 파병돼 대테러전을 벌이면서 쇠퇴했다. 미군은 특수부대원 200~300명을 소말리아와 케냐, 우간다군과 함께 매달 6건 이상의 지상·드론 공습을 벌인다. 이에 최근 몇년간 소말리아에도 안정된 정부 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지만 여전히 정치는 불안정하고, 알샤바브의 위협도 사라지진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이번 테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강화된 소말리아 군사 전략에 대한 보복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테러 시점도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사령관이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 소말리아 대통령을 만난 뒤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이 사임한 직후였다. 두 사람의 사퇴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소말리아를 ‘적극적인 적대 행위가 발생하는 지역’(active hostilities)으로 분류해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한들을 완화했다. 공습과 표적 범위와 드론 공격을 확대하는 한편 소규모 특수부대와 소말리아군의 훈련을 위한 재래식 육군 부대도 증원했다. 미군 특수작전부대는 얄샤바브 지도부와 전투원, 훈련기지에 대해 지난달에만 5차례 공습하는 등 올해 15차례 공습을 진행했는데 지난 7월 공습에서 알샤바브의 사령관 알리 자발도 사살됐다. 국방부는 그의 사망에 따라 수도 무가디슈와 남부 지역에서의 공격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역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이번 테러가 터지면서 “극단주의자를 대상으로 한 소말리아에서의 10년간 전투에 새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미국은 성명을 통해 “비겁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소말리아와 아프리카연합이 테러리즘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미국의 임무를 강화할(reinvigorate) 것”이라고 밝혔다.


   대테러 전문가들은 예멘·아라비아반도의 알카에다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공격이 얄사바브에 ‘역효과’가 될 것으로 본다. 전 미 국무부 대터러 분석가이자 아메리카대 소말리아 전문가인 트리시아 베이컨은 “조직이 압박을 느끼면 더 심각한 공격을 몰아부친다”며 “이번 공격은 심각한 계산착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직 (알샤바브가) 배후를 자처하지 않는 것도 원인 중 하나 일 것”이라고 전했다.


 알샤바브가 소말리아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가 반목하며 정치적 불안이 커진 시점을 노렸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에 대한 단교를 선언한 이후 사우디를 지지하는 지방과 카타르쪽에 선 중앙이 맞섰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형제국인 아랍에미리트는 2015년부터 소말리아 일부 지방 정부에 무기를 지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