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사람들

노벨 경제학상, ‘넛지’ ‘승자의 저주’의 미국 리처드 탈러 “경제 행위자는 인간, 결정은 합리적이지 않다”

by bomida 2017. 10. 9.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 시카고대 홈페이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인간의 심리를 경제 분석에 접목한 행동경제학의 대가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7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17년 제49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측은 그가 “경제적 의사결정 분석에 심리학적으로 현실적인 추정을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며 “경제학과 심리학 사이에 다리를 만들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행동경제학은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람들이 완전히 금전적인 이해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전제로 한 학문이다.


 탈러 교수는 이날 노벨상 선정 직후 가진 전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연구에 대해 “경제 행위자가 인간이며 돈과 관련된 결정이 엄격하게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점을 가장 큰 영향으로 꼽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탈러 교수가 시도해 온 경제학 연구의 접근법은 제한적 합리성, 사회적 선호도, 자기 통제 결여라는 3가지 심리적 특성에 기반을 둔다. 그는 전통적 경제학이 인간을 고도의 합리성을 가진, 언제나 침착한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시장 경제에 근거한 접근법은 불안정하다고 판단했다. 1987년부터 학술지에 ‘변칙(anomalies)’이라는 정기칼럼을 게재한 탈러 교수는 당시 경제학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개별적 경제 행동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이 같은 접근은 공정성에 대한 집단의 태도를 측정하는데 활용되는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과 새해에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개인의 자기통제 문제를 분석하는 ‘계획자-행동자 모델(planner-doer model)’을 고안했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경험적 발견을 통한 연구 방식이 행동경제학을 확장시키는데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1992년 출간한 저서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는 일반적 통념과 다른 현상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그의 심리학적 접근은 소유한 대상을 객관적인 가치 이상으로 아끼는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와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 등 경제적 행동을 심리적으로 분석한 개념으로 정립됐다. 인지적 한계에 달한 금융시장을 연구한 ‘행동 재무학’도 그가 개척한 분야다.



 행동경제학자인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유용성은 주류경제학을 보완하면서 현실을 보다 잘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며 “이 과정에 탈러 교수가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탈러 교수는 특히 행동재무학 쪽 연구를 많이 했는데 금융시장에서 사람들이 합리적이라기보다는 비이성적이고 인지편향적인 행동을 많이 보인다는 점을 흥미롭게 잘 소개했다”고 말했다.



 2008년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과 함께 쓴 <넛지(Nudge)>에선 이런 심리를 이용해 의도한 경제적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탈러와 선스타인은 책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의미로 ‘넛지’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금지하거나 명령하는 식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유를 통해 예상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기적 유혹에 굴복되고 마는 노후 생활을 위한 저축, 건강을 위한 운동을 유지하기 위해 넛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나쁜 넛지’가 금융위기를 부른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탈러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서 해설자로 등장한 바 있다.


 노벨상 수상으로 900만 크로네(약 13억원)를 받게 된 탈러 교수는 이 돈을 자신의 연구와 일관되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가능한 한 비합리적으로 쓸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다른 노벨상과 달리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시작된 상이 아니라 스웨덴 중앙은행이 1968년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제정한 상이다. 정식 명칭도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국립은행 경제학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