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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아시아

“비극 아닌 학살” 산소값 못낸 병원에서 희생된 인도 어린이들

by bomida 2017. 8. 13.

아이를 잃은 부모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고라크푸르 지역의 주립대병원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한 엄마가 숨을 거둔 아이를 안은 채 오열하고 있다.  


 “이번 일은 ‘비극’이 아니라 ‘학살’이다.”


 인도의 대표적 아동보호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야티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어린이 30여명이 한꺼번에 병원에서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비통한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고라크푸르 지역의 바바라가브다스 주립대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신생아 17명과 뇌염 증세를 보이던 어린이 5명 등 3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원인이 의료용 산소 공급 중단에 따라 아이들이 산소호흡기를 사용하지 못한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비난과 분노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병원 측이 산소 공급 업체에 제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의료용 산소 공급이 끊겼다는 것이다.


 인도 내무부는 경찰 보고서를 인용해 사망자 중 최소 21명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 산소 공급 중단이라고 밝혔다. 내무부는 또 “비열한 사건”이라며 산소 공급 업체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6개월간 병원 측이 의료용품 공급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1만5625달러(약 1800만원) 밀렸으며, 병원이 납부기간을 지키지 못하자 업체가 지난 4일 산소 공급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병원과 주정부는 대금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산소 부족이 아이들의 사망 원인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수동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를 사용했고, 인근 요양소에서 부족한 의료물품도 조달했다는 것이다.



인도 바바라가브다스 주립대병원에서 한 직원이 12일(현지시간) 새로 들어온 산소통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이후 이 병원에서 사망한 어린이가 6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성뇌염 환자가 병원에 몰리면서 환자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은 우타르프라데시주 보건장관 해임을 촉구하고 인도국민당(BJP)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 북부에선 몬순 시기인 이맘때 어린이 뇌염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당국과 병원이 미리 예방을 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실제 이 지역 아이들에게 뇌염은 공포의 대상이다. 돼지나 물새를 통해 감염되는 일본뇌염이 15세 미만 아이들에게 치명적이기도 하지만, 급성뇌염증후군의 위험이 훨씬 크다. 지난해 인도에선 1만1651명이 급성뇌염증후군을 보여 1301명이 사망했다. 일본뇌염에는 1676명이 감염돼 283명이 사망했다. 


 특히 빈곤층이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주와 동부 비하르주 등은 인도 내 최대 뇌염 발생지로 꼽힌다. 지난주에만 63명의 어린이가 뇌염으로 사망했다고 현지 힌두스탄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급성뇌염증후군은 기후, 영양상태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병하지만 인도의 대표 열대 과일인 ‘리치’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설익은 리치에는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는 하이포글리신 성분이 다량 들어있어 저혈당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3~4시간 만에 열이 40도까지 오르거나 두통과 경련, 마비, 혼수상태 등 뇌염과 같은 증세를 보인다. 더욱이 리치를 공복에 먹을 경우 증세가 급격하게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데,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리치를 먹으면서 연간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치의 주산지이기도 한 비하르주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아이들이 이 같은 증세로 사망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괴질’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