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아시아

지구온도 1도 오르면 67명 자살···사람 잡는 인도의 기후변화

by bomida 2017. 8. 2.

지난해 5월 인도 마라트와다주에서 한 농부가 말라버린 농작물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지난 30년간 인도에서 농부 6만명의 자살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화된 흉작이 취약계층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UC버클리대 연구팀은 1995년 이후 인도에서 작물들이 성장하는 시기 20도가 넘는 기온에서 평균 1도씩 오를 때마다 67명이 더 자살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30일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이 연구를 보면 기온이 평균 5도 상승하면서 자살이 추가로 335건씩 늘었는데, 농업 분야에선 이 같은 온난화에 따른 자살이 30년 동안 5만9300건 발생했다. 


특히 연간 강수량이 1㎝ 증가하면 그해 자살률이 7% 떨어진 점은 온난화와 농부 자살의 인과관계를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도는 13억명의 인구 중 절반이 농업으로 생계를 꾸린다. 그러나 30년간 생산성이 급감하면서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농업의 비중은 15%까지 줄었다.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날씨다. 폭우, 가뭄,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변화로 피해를 입으면서 수확량이 급감했다. 최근 델리 중부에서는 140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라니 라다크리슈난은 “말라버린 농작물보다 심각한 것은 많은 농가들이 지고 있는 은행 대출”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8만루피의 빚을 졌던 그의 남편은 지난 2월 은행 앞에서 독극물을 먹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강수량이 급격히 줄어든 마하라슈트라주의 경우 올 1~4월 852명의 농부들이 자살했다. 2015년엔 인도 전역에서 1만2602명의 농업 종사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은 이들 중 58%가 부채를 갚지 못한 상태이거나 이미 파산하는 등 재정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가한 타마 칼톤은 “인도에선 사망자 수가 과소평가되는 데다 2014년까지 자살은 범죄로 간주돼 있었기 때문에 실제 자살한 농부의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농업 분야에 1조5000억원 규모의 기금 마련을 약속한 상태지만 이번 연구에서 인도의 평균기온은 2050년까지 3도가량 더 오를 것으로 관측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온난화를 비롯한 극단적 날씨변화가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독일 싱크탱크 아델피(Adelphi)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의 보코하람 등 극단주의 단체들이 자연재해나 물, 식량 부족을 악용해 테러리즘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사와 가축을 기르는 데 필요한 환경을 테러조직들이 장악한 뒤 이를 볼모로 조직원들을 모집하거나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미 워싱턴대 연구팀은 이날 ‘네이처기후변화’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적게는 2도, 많게는 4.9도 상승할 가능성이 90%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