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사진 왼쪽) 일가가 ‘폰트(Font·서체) 게이트’로 덜미가 잡혔다.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제출한 문서를 작성 시점보다 더 뒤에 출시된 글씨체로 작성한 것이 탄로 나면서 샤리프 일가는 조롱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페이퍼스’를 폭로하면서 기업의 조세회피 고객 명단이 공개됐을 때 샤리프 총리의 네 자녀 중 3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자산 은닉 의혹이 거세지자 대법원은 지난 4월 반부패기구와 정보당국, 군 등으로 합동수사본부(JIT)를 꾸려 총리 가족의 자산이 어떻게 외국으로 나가게 됐는지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샤리프는 지난달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수사 당국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두달에 걸친 수사 끝에 지난달 말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샤리프 총리의 딸 마리암(오른쪽)이 소유하고 있던 영국 런던의 호화 아파트였다. 마리암은 남동생이 실소유주이며 자신은 잠시 위탁받았을 뿐이라고 떠넘겼다. 사업을 하고 있는 동생과 달리 마리암은 2013년 아버지의 재선을 도왔고 현재 집권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정치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그는 아파트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를 수사본부에 제출했다.
문제는 이 문서에 사용된 글자였다. 마리암이 2006년 2월 작성했다고 주장한 이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문서가 2007년에 배포된 글씨체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문서에 사용된 칼리브리(Calibri) 글씨체는 2004년 개발됐으나 MS가 기존에 쓰던 타임스뉴로먼 글씨체를 대체하기 위해 워드에 도입한 것은 2007년 1월이다. 마리암이 해당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현지에서는 폰트 게이트를 부른 마리암을 조롱하는 글과 패러디 콘텐츠(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폰트 게이트는 3대에 걸친 샤리프 총리 일가에 대한 불법적인 자산축적 의혹을 더 키우는 결과가 됐다. 여파가 총리 거취에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샤리프는 조사가 시작되자 “그동안 펀자브주 총리와 3번의 연방 총리를 지냈지만 어떤 부패 혐의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정적들의 근거 없는 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번 조사에서 마리암이 고정 수입이 없었던 1990년 초반에 급속한 자산축적이 이뤄졌다고 결론냈다. 또 2009~2016년에도 부정한 방식으로 받은 돈이 적게는 7350만루피(7억원)에서 많게는 8억3073만루피(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마리암은 트위터를 통해 “국고는 한 푼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수사결과를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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