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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럽

유럽 식탁 위협하는 ‘살충제 계란’, 정치 스캔들 다시 부르나

by bomida 2017. 8. 8.

네덜란드 한 농가에 계란들이 출하를 앞두고 쌓여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피프로닐에 오염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면서 주변 유럽국들로 먹거리 안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살충제 계란’이 유럽의 식탁을 위협하는 스캔들로 확산되고 있다. 계란은 이 지역 사람들의 주식이어서 소비자들의 체감 불안도가 다른 먹거리보다 훨씬 큰 탓이다.


 유럽연합(EU)은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견된 오염된 계란이 독일에 이어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영국까지 확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이미 영국에선 수입된 2만여개 살충제 계란이 확인됐고, 프랑스에서도 식품공장 2곳에서 오염된 계란이 발견됐다. 안나 카이사 이트코넨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벨기에, 네덜란드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 독일을 통해 다른 나라로 유통된 것 같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계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 성분은 동물의 벼룩과 진드기 등을 잡는 데 쓰인다. 다량 섭취하면 간, 신장, 갑상선에 이상을 일으켜 식용 동물엔 사용이 금지돼있다. 농가에서 닭의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한 일부 살충제에 이 성분이 혼합돼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전국의 138개 가금류 농장을 폐쇄하고 산란계 30만마리를 폐기처분했다. 위험군에 속하는 닭이 900만마리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벨기에도 전국 농장의 4분의 1인 57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네덜란드에서 30%의 계란을 수입하는 독일도 비상이 걸렸다.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는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수입 계란 300만개를 전량 폐기하고 모든 계란 판매도 일시 중단했다.


 독일은 벨기에 당국이 6월 초 피프로닐 검출 우려가 있음을 알리지 않는 등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벨기에 식품안전 당국은 피프로닐이 섞인 살충제가 발견돼 계란이 오염됐을 가능성은 인지했으나 EU 기준치를 넘지 않아 검찰에만 이 사실을 알리고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벨기에의 책임론이 힘을 받는데는 유럽인의 식탁에서 계란이 주요한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대로 먹는 계란뿐 아니라 빵과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도 가공식품도 많아 2차 오염 우려도 나온다. 소비량이 많아 국가간 수입·수출 등 거래도 많다.


“무차별 닭 폐기 반대” 네덜란드 비테벤의 한 가금류 농가 앞에서 7일(현지시간)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불필요한 닭의 도살을 멈추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에서 발견되면서 닭 수십만마리가 폐기처분됐다.  


 세계가축애호협회(Compassion in World Farming) 조사를 보면 EU의 연간 계란 소비량은 총 606만123t(2009년 기준)으로 1인당 12.1㎏ 수준이다. 세계 평균(8.9㎏)보다 30% 이상 많다. 계란 소비량의 27%를 수입하는 독일을 비롯해 계란 수입 상위 10개국 중 7곳이 유럽이다. 특히 네덜란드는 연간 60만3570t(2010년 기준), 약 110억개의 계란을 수출한다. 전 세계 계란 수출의 30%를 담당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네덜란드 당국은 “농도가 낮아 (오염 계란이 사용됐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식품감시단체 ‘푸드와치’는 “이 같은 결론은 성급하다”며 정부의 정밀한 조사를 요구했다.


 폴리티코유럽은 “살충제 계란 스캔들이 1999년 벨기에 정권까지 교체시켰던 다이옥신 파문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벨기에에선 1999년 5월 닭고기와 계란에 이어 돼지고기에서 최대 허용치의 5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에 오염된 사료가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를 비롯 한국에서도 관련 제품이 전면 수입금지됐다.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가이 베르호프슈타트는 정부가 총선 국면을 앞두고 수개월간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기독사회당의 장 뤽 드하네 총리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