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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럽

교황도 트럼프도 “살려라” 외쳤던 영국 아기, 결국 연명치료 중단

by bomida 2017. 7. 25.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귀 유전병을 앓고 있는 생후 11개월 아기 찰리 가드가 지난6월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그레이트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런던|AP연합뉴스


 희귀한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 생후 11개월 된 영국 아기 찰리 가드의 부모가 결국 연명치료를 포기하기로 했다.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으로 뇌 손상을 입은 찰리의 아빠인 크리스 가드와 엄마 코니 예이츠는 24일(현지시간) 런던 고등법원 앞에서 성명을 통해 “실험적 치료법을 적용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진단을 존중해 연명치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지난해 8월 태어나 첫돌을 앞둔 찰리가 앓고 있는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은 체내 에너지 생산이 되지 않아 장기 기능이 떨어져 사망하는 병이다. 전 세계 16명밖에 없는 희귀질환으로 아직 치료법이 없다.


 찰리의 치료를 맡았던 병원은 찰리의 뇌 손상이 회복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부모에게 연명치료 중단을 권유했으나 부모는 미국 병원에서 실험치료를 시도하겠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병원이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 법원과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찰리의 고통을 연장할 수 없다며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렸다.


 법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부모의 의견을 존중해 찰리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찰리의 생명연장 중단 판결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아기의 생명을 둘러싼 논란은 세계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치료를 위한 성금만 130만파운드(약 19억원)가 모였다.

 이에 법원은 의료진이 합의한다면 재심을 통해 기존 판결을 번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컬럼비아대 병원의 신경과 전문의 미치오 히라노 교수는 뉴클레오사이드 치료법(nucleoside therapy)이라는 실험적인 방식을 도입해 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히라노 교수는 지난 주 진료 후 이 치료법를 적용하기에도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다.


 이날 찰리의 부모는 “이제 2주도 남지 않은 첫 생일을 맞지 못할 수도 있는 아들과 마지막 소중한 순간을 함께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찰리의 부모는 찰리와 같은 희귀병을 안고 태어난 아기들을 위한 재단설립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날 영국 고등법원 앞에서는 연명치료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모여 법원과 병원을 비난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