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선 이틀전이었던 지난 2일(현지시간) 수도 키갈리에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지지자들이
카가메의 사진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AFP
‘역설의 독재자’로 불리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59·사진)에 대한 평가는 ‘폭군’과 ‘선지자’를 오간다. 르완다 사람들은 4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지난 17년간 집권한 그를 또다시 지도자로 뽑았다.
카가메는 지난 선거운동 기간 “르완다인들의 행동 방식과 선택을 무시한 채 이 나라의 민주적 절차와 리더십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며 비판은 모두 자신이 받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KT프레스가 보도했다. 그는 “선출된 지도자는 모든 비판에서 오는 충격의 완충재(shock absorber)”라며 “내가 살아있는 한 나에 대한 비난으로 그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37년째 집권 중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93)에 이은 최장기 독재의 길을 튼 그에 대한 저항은 상대적으로 적다. 카가메는 헌법을 바꿔 7년 임기의 대권에 두번 더 도전이 가능해져 2034년까지 집권할 수도 있다. 임기 제한을 무시했던 피에르 은쿠룬지자 부룬디 대통령, 조제프 카빌라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에 비해 국내의 반대 세력도, 국제사회의 비난도 크지 않다. 배경엔 ‘아프리카의 모델’이 된 르완다의 경제가 있다.
투치족인 카가메는 어린 시절 후투족이 권력을 잡았던 르완다를 떠나 우간다에서 지냈다. 군사훈련을 받은 그는 1986년 요웨리 무세베니의 반란군에 소속돼 이듬해 무세베니가 대권을 잡도록 도왔고 이후 군장교 자리에 올랐다. 우간다로 망명한 투치족의 정치·군사조직 르완다애국전선(RPF)이 1990년 르완다로 쳐들어가자 장교를 그만두고 이들과 합류했다. RPF의 수장이 된 그는 1994년 제노사이드가 발생하자 수도 키갈리를 장악해 참극을 끝냈다.
1994년 제노사이드로 100일간 100만명, 인구의 10분의 1이 목숨을 잃은 비극은 르완다 사회를 모조리 붕괴시켰다.
국방장관과 부통령을 거쳐 2000년 대통령이 된 카가메의 리더십은 르완다 사람들에게 무너진 나라를 일으킨 동력이었다. 2001년 이후 연평균 8%씩 성장하며 1994년 416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2090달러까지 올랐다. 빈곤율은 2006년 57%에서 2014년 40%로 떨어졌으며 기대수명도 2000년 46.6세에서 2015년 59.7세로 높아졌다.
제노사이드 최대 희생자 여성들이 국회의원의 3분의 2, 장관과 차관 등 내각의 절반인 것도 2003년 그가 모든 공공영역의 30%를 여성에게 의무 할당하도록 헌법을 제정하면서 가능했다. 강력한 통치 방식은 도시부터 시골까지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 늦은 밤에도 안전한 치안, 성매매도 노숙자도 없는 마을을 유지하게 한다.
영국과 미국 등이 카가메를 지지하는 것도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보다 원조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데 있다. 한국, 싱가포르처럼 국가주도 경제개발을 꿈꾸는 그는 현재 정보기술(IT) 혁명을 르완다의 살길로 꼽고 있다. 반면 군인과 경찰의 감시와 순찰도 일상으로 만들었다. 카가메 집권 기간 언론인 8명이 사망·실종됐고 11명이 장기수감 중이며 33명은 르완다를 떠나 망명했다.
4일(현지시간) 치른 르완다 대선 결과 폴 카가메 대통령이 98.63%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KT프레스
‘구세주와 독재자’로 나누는 이분법은 르완다 사회의 핵심을 놓치는 것일 수도 있다. 폐허의 르완다를 일으킨 그의 성공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2003년 95%, 2010년 93%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는 무려 98.63%의 지지율을 얻어 대통령이 됐다. 미 보스턴글로브는 “빈곤을 이겨낸 것처럼 카가메가 성공적으로 정치적인 전환도 이뤄낼 수만 있다면 르완다는 전 세계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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