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정리뉴스]가뭄과 산불, 폭우, 눈폭탄, 우박까지...세계는 궂은 ‘휴가철’ 몸살

by bomida 2017. 8. 2.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생트로페 해변의 휴양객들이 25일(현지시간) 건너편 숲에서 치솟아 오르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다. 전날 생트로페, 뤼베롱 등 남부의 지중해 연안 지방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하루 동안 임야 1500만㎡가 소실됐다. AFP연합뉴스


 7월은 전 세계 시민들이 휴가를 떠나는 계절이지만 올해는 유독 궂은 날씨로 휴가철 몸살을 겪는 도시들이 많았다. 폭염과 폭우, 폭설까지 이어졌고,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기후변화 때문에 극단적인 날씨가 잦아진 탓으로 보인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서는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불씨는 생트로페와 뤼베통 등 코트다쥐르 지방에서 발생해 봄 레 미모사 인근까지 번져 주민과 관광객 1만여명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했다. 여름이면 인구의 2~3배나 되는 인파가 이 지역으로 휴가를 온다. 관광들이 많은 지중해 코르시카 섬에서도 산불은 이어졌다. 이른바 ‘물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화재진압 전문항공기도 19대가 가동됐지만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해당하는 70㎢의 임야가 불에 탔다.

 올 여름 폭염이 계속된 유럽에선 대규모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남쪽 니스 인근과 코르시카섬 은 낮 최고기온이 37~38도에 이른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는 지난달 40도를 넘었다.

한 남성이 포르투갈 중부 마카오 페레이로 지역에서 난 산불을 끄기 위해 소방 호스를 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화염에 휩싸였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산자락에 11일(현지시간) 불에 탄 자동차들이 검은재로 뒤덮여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포르투갈은 지난달 중부 지역 레이히아주에서 일어난 산불로 최소 62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참사를 기록한지 한 달만에 또 산자락 마을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번엔 북부 알리호 지역이다. 소방대원 3000여명이 투입돼 화마와 싸웠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도 역시 무더위가 재난을 불렀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지난 6일 처음 산불이 붙어 240개 마을로 번졌다. 4만5000명이 집을 떠나 대피하고 주정부는 2주간 내렸던 비상사태를 다시 2주간 연장했다. 산불로 장기간 연무가 발생하면서 인근 남쪽 밴쿠버와 앨버타주엔 대기악화 경보도 내렸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의 말라붙은 분수. 교황청은 이탈리아 가뭄 위기에 연대하기 위해 24일(현지시간) 시내 모든 분수를 가동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티칸|AP연합뉴스


 이탈리아는 최근 기록적인 가뭄을 겪고 있다. 로마의 강수량은 6월 전년 대비 74% 줄어든 데 이어 7월에도 72%나 적은 양이 내렸다. 앞서 봄철(3~5월) 내린 비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했다. 이에 교황은 바티칸의 분수 100개를 잠갔다. 17세기 조각가 카를로 마데르노와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가 각각 세운 성베드로 광장의 유서 깊은 분수 2개도 가동 중단으로 말라붙었다.


 북미 대륙이 불길과 사투를 벌일 때 아시아에선 물폭탄이 터졌다. 일본은 지난 5일부터 남서부 규슈(九州) 지역에서 내린 기록적 폭우로 10여명이 사망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후쿠오카현 아사쿠라시에는 24시간 강수량이 545.5㎜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가사키현(250㎜)과 사가(佐賀)·구마모토현(200㎜), 후쿠오카·오이타현(150㎜), 야마구치(山口)현(120㎜)도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면서 곳곳의 도로가 유실돼 한 때 7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외부와 고립되기도 했다.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현 아사쿠사시 시내에 폭우레 쓸려온 목재들이 주택 인근에 쌓여있다. AFP연합뉴스


 비가 그친 일본은 본격적인 폭염이 찾아왔는데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갑자기 우박이 내리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지난 18~19일 도쿄(東京) 등 간토(關東)지방에 갑자기 내린 우박으로 유리가 깨지고 차량 표면이 손상된 사진들이 올라왔다. 한여름 우박은 남쪽 더운 공기가 북쪽 차가운 공기를 만나 대기층이 불안정해졌고, 이 때 생긴 비구름이 소나기를 동반한 우박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 시내에 우박이 내리는 모습. 

트위터 @ATAGOofficial(맨위)/웨더뉴스(ウェザ-ニュ-ズ·맨아래)


 중국 역시 남부에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연일 폭우가 이어져 56명이 사망하고 252억7000억 위안(4조2000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광둥(廣東)·저장(浙江)·장시(江西)·후난(湖南) 등 11개 성에서 이재민만 1108만명에 달했다. 중국 진시황의 묘가 있는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도 폭우가 쏟아지면서 박물관에 보관됐던 병마용이 잠길 뻔 한 순간도 있었다.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도 폭우가 내려 지하철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연일 내린 폭우으로 물에 잠긴 중국 남부 광동성 자오칭 시내를 주민들이 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 지하철 역사에 물이 차오른 모습.



 지구 반대편 칠레는 눈폭탄이 내렸다. 수도 산티아고는 지난 16일 적설량이 40㎝에 육박해 46년만에 최대 폭설을 기록했다. 정전으로 시민 28만명 이상이 불편을 겪었고, 일부 도로는 눈과 빙판으로 폐쇄돼 교통이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랜만에 본 눈을 보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40여년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칠레 수도 산티에고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차들이 눈이 쌓인 도로 위를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