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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뉴스 깊이보기

[뉴스 깊이보기] ‘백악관 내전’ 부른 트럼프, 취임 6개월만에 최악의 1주일

by bomida 2017. 7. 30.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미국 백악관 공보국장(오른쪽)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주보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터뷰를 위해 백악관을 찾았던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프리버스는 3일 뒤 해임됐다. 월스트리트저널(T.J. KIRKPATRICK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백악관 공보국장(53)이 벨트에 손을 얹고 어깨를 크게 벌린 채 고개만 돌려 누군가를 빤히 쳐다본다. 시선에 끝엔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45)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무서운 눈으로 마주보고 있다.


 프리버스가 경질되기 3일전인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를 위해 백악관을 찾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우연히 찍은 ‘백악관 내전’으로 불린 미국 대통령 참모진 사이 권력 다툼의 단면이 요약돼있다. 라인스의 해임으로 전쟁은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프리버스를 경질하고 후임에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67)을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등 난마처럼 얽힌 상황을 친정체제 강화를 통해 돌파하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존 켈리 장관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막 임명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알린다”며 “그는 위대한 미국인이자 지도자”라고 말했다.


 트위터로 경질 사실이 공개된 프리버스는 최단기에 낙마한 비서실장이 됐다. 먼저 사임한 숀 스파이스 전 백악관 대변인에 이어 프리버스까지 교체된 백악관은 트럼프 취임 6개월 만에 ‘2기 체제’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혼란과 내분에 휩싸인 백악관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자신이 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29일 보도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남부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군 복무 시절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는 강경파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백악관 전열을 주도적으로 재정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예측불가능하며 정책보다 ‘보복’에 집중하는 트럼프의 성향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백악관 2기’의 성격에 대해 “(인사들이)정책적으로는 (공감대가) 느슨하게 묶여있어 트럼프의 개인적 이해관계로 쉽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니미’로 불리는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이 프리버스를 “편집적 조현병 환자”라고 비판하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에게도 비속어가 섞인 욕을 쏟아내면서 이번 ‘내전’이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백악관의 모든 혼란의 근원은 트럼프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휴가 중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의논도 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다. 앞서 24일에는 보이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 참석해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비난하고 ‘오바마케어’와 ‘가짜 뉴스’ 등을 공격하는 정치적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다. 28일에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서퍽카운티 커뮤니티칼리지 연설에서 경찰들을 상대로 “용의자들에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말했다가 경찰단체들의 항의를 받았다. CNN은 “워싱턴엔 많은 최악의 주간이 있었지만 지난 한 주만큼인 적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알렉스 코넌트는 “트럼프는 취임 6개월 내내 오로지 자신의 명성을 위한 정치적 이익만 추구했을뿐 지속적은 전략은 없었다”며 “그의 관심은 (그가 보는) 방송뉴스에 따라 바뀌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통령 행보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참모진은 점차 소외되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뿐 아니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란과 핵합의 재검토 등 안보정책 협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프리버스 해임은 트럼프의 눈엣가시인 ‘러시아 스캔들’ 사태를 정리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폭스뉴스 등은 후임 국토안보부 장관에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임명될 수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해임 0순위’로 꼽혔던 세션스를 밀어낸 뒤, 러시아 스캔들 특검을 이끄는 로버트 뮬러를 해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참모진 개편을 통해 꼬일 대로 꼬인 국정운영을 일신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인 린지 그레이엄이 지난 27일 “세션스 장관의 해임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뮬러 특검의 해임도 “대통령 임기 끝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이같은 추측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은 엄청날 수 있다.


 임기 중 정책 추진에 가장 큰 힘을 받아야 하는 취임 초반임에도 트럼프는 현재 제대로 처리된 법안 하나 없는 실정이다. ‘오바마케어’ 폐지도 요원해지면서 트럼프는 이번 인사를 쇄신의 기회로 만들려는 것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WSJ과 인터뷰에서 “오바마케어 폐지 절차 시작 이후엔 세제개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로 긴장감이 높아진 러시아와 이란과의 관계도 추스려야 하며,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넣고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문제도 다뤄야 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비서실장을 다룬 책 <더 게이트키퍼>의 저자 크리스 위플의 말을 인용해 “이번 인사는 ‘작은 기회’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위플은 “근본적 문제는 아웃사이더 대통령인 트럼프”라고 지적하며 “통치방식을 알지 못하는 트럼프는 자신의 의제 실행을 위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그에게 가장 큰 권한을 줘야 하지만 이 같은 사람은 트럼프가 가장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