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 쓰레기, 연간 520만t ‘기내식의 딜레마’

　하루 10만편이 넘는 항공기가 전 세계 공항에서 뜨고 내린다.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 길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만 연간 520만t. 치우는데만 5억달러(5600억원)가 든다.

　무료로 제공되는 칫솔과 헤드폰, 귀마개, 비닐 등 하늘에서 쏟아진 폐기물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기내식이다. CNN은 하루 400편의 항공기를 띄우는 에미레이트항공의 식사 규모를 소개하며 기내식이 가진 딜레마를 분석했다.

　이 항공사는 매일 18만끼를 준비한다. 식사와 함께 나가는 음료에 쓰는 얼음만 하루 24t이다. 7000가지에 달하는 메뉴를 만드는데 바닷가재가 1년에 360t, 연어는 245t, 휘핑크림이 26만ℓ, 기본 빵으로 나가는 크로와상이 1500만개, 후식으로 준비되는 수박은 550t, 파인애플이 620t 사용된다. 기내식을 나르는데 필요한 식기세척에 소모되는 고무장갑도 연간 2300만개, 조리 담당 직원들이 머리에 쓰는 일회용 모자도 1년에 400만개다.

　주 식사와 스프, 샐러드, 음료와 물이 포함된 기내식은 1인당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산업이다. 공급량 자체가 많기도 하지만 국경을 넘나들며 식사는 공급 과정의 위생관리, 신선도 유지는 물론 국가별 식품 규제와 폐기물 정책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음식별 개별포장을 해야 하는 탓이다. 빵과 버터, 밥과 국, 물과 샐러드까지 모든 메뉴가 하나씩 비닐이나 종이, 알루미늄 호일 등으로 포장돼 있다.

　이미 1980년대 아메리칸항공의 로버트 그랜덜 전 대표는 승객 1명의 기내식 샐러드에서 올리브 1개씩만 빼도 연 1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컨설팅업체 VCMI가 2014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유럽항공사들이 매년 버리는 음식의 양은 빈곤국 거주자 20만명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윤리적소비를 위한 단체인 그린아메리카는 승객 1명이 한번 항공기를 탑승할 때마다 1㎏정도의 쓰레기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520만t이 배출됐던 항공 쓰레기가 2030년이면 10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항공사들은 연료소모를 줄여 탄소배출을 낮춘 새로운 항공기종을 사들이면서 “친환경 정책을 도입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한 번 뜨고 내릴 때마다 쏟아내는 막대한 쓰레기는 이같은 주장을 무색케 한다.

　항공전문가인 마크 로스 스미스는 “하늘에서의 식사는 일반 카페와 다르다”며 “신선하고 위생적이며 오염되지 않게 하려면 개별포장이 필요하다. 기내 건조한 공기가 음식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승객수보다 많은 양을 준비하는 것도 낭비의 원인이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폐기물 분류를 세분화하거나 음식 낭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항공사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다.

　스칸디나비아항공은 모든 기내식의 식재료는 해당 지역에서 조달해 낭비를 줄이고, 식기는 재사용이 가능한 가벼운 접시와 태울 수 있는 가연성 일회용 포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콴타스항공은 식량구호단체에 남은 신선식품을 보내는데 그 양은 매달 87t에 달한다고 한다. 음식을 무조건 폐기하지 않고 기부하면서 쓰레기 매립량이 350t이 줄었다.

　승객들의 항공정보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 음식 적재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좌석은 개별 승객의 식성도 파악할 수 있어 낭비 최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저렴하게 항공권을 파는 대신 기내식을 먹으려면 사전에 돈을 내고 주문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서비스 방식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내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대형 항공사도 승객이 비행기를 타기 전 음식을 선주문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항공과 일본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은 글루텐이나 유당이 들어가지 않은 메뉴와 채식 또는 돼지고기가 빠진 메뉴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맞춤형으로 주문은 낭비를 줄일뿐 아니라 승객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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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이 아닌 일회용 제품의 재사용도 기내 쓰레기를 줄이는데 관건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시내에서 승무원들이 유리와 플라스틱, 알루미늄, 종이 등을 분류해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했다.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담요도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2019년까지 일회용 생활용품 1만2000t을 줄일 방침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종이컵으로 퇴비를 만든다. 사용하지 않은 생활용품은 노숙자시설과 여성들이 사는 보호소에 기부해 시행 첫 해에만 27t을 절약했다고 한다. 버진항공은 기내에서 사용된 헤드폰과 귀마개 등을 수거해 승마장에서 쓰는 바닥재로 다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