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1913~1994·사진)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하기 직전의 음성 녹음 기록이 공개됐다.
미 국립문서보관소가 21일(현지시간) 1971년 2월~1973년 7월 닉슨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녹음한 내화 내용 중 마지막 4개월치 기록을 공개했다고 NBC뉴스가 보도했다. 1974년 8월 사임하기 1년 전쯤이다.
이날 공개된 340시간 분량의 음성에서는 자주 흥분하고 화를 잘 내던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나왔다. 닉슨은 1973년 4월 사건 수습을 위해 밥 홀드먼 백악관 수석보좌관과 존 얼리크먼 국내담당보좌관 해임을 발표한 뒤 그들을 불러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망할 워터게이트 같은 것을 두 번 다시 논의하고 싶지 않다. 절대, 절대”라고 말했다. 또 국무장관 윌리엄 로저스에게는 “거지 같은 경험을 했다”며 “정말 못할 짓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훗날 대통령이 되는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W 부시가 닉슨을 찾아와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녹음됐다.
같은 해 7월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알렉산더 헤이그에게 상원 워터게이트위원회가 자신을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분노했다. 닉슨은 “미국 대통령이 노망난 상원의원 때문에 왔다갔다 할 수는 없다”고 화를 냈다. 노망난 의원은 당시 위원장인 76세의 샘 에르빈 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미국과 옛 소련 간 냉전체제가 공고했던 당시 양국 정상의 친근한 관계도 엿볼 수 있다. 1973년 6월 미국을 찾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의 비공개 회담에서는 자녀와 손자 이야기 등 소소한 개인사를 주고받았다. 이 회동은 양국 간 두 번째 전략무기제한협정(핵무기 감축협정)을 이끌어낸 ‘워싱턴 정상회담’의 시작이기도 했다.
닉슨은 “우리가 다소 의견차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계 두 강대국을 이끌고 있고, 협력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나는 이런 자세로 이번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크로크레디트’ 창시자 유누스, 탈세 조사…정권 견제설 (0) | 2013.09.10 |
---|---|
최초 ‘월가’ 여성 뮤리얼 별세 (0) | 2013.08.26 |
매닝 일병 ‘기밀 폭로’ 사과 “내 행동에 상처받은 사람들과 미국에 미안” (0) | 2013.08.15 |
日 국민밴드 ‘서던 올스타즈’ 역사 왜곡 비판 노래로 오리콘 1위 (0) | 2013.08.14 |
베트남전 비판한 촘스키, CIA 감시 받았다 (0) | 2013.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