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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람들

최초 ‘월가’ 여성 뮤리얼 별세

by bomida 2013. 8. 26.

미국 금융의 중심 ‘월가’에 입성한 첫 여성 뮤리얼 시버트(사진)가 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0세. 

 


 

1960년대 남성 중심의 문화가 장악한 미 금융계는 여성이 접근하기에는 힘들었다. 시버트는 이러한 ‘금녀의 벽’을 깨 성차별을 없앤 ‘여장부’로 꼽힌다. 1932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나 1954년 뉴욕에 온 시버트는 증권사 브로커로 일하며 직장을 세 번이나 옮겼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성 동료가 돈을 더 많이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 이력서에 여성임을 알 수 있는 ‘뮤리얼 시버트’로 쓰면 답이 없었지만, 성별을 알 수 없게 ‘M. F. 시버트’로 써 보내면 즉각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차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보증을 부탁한 남성 10명 중 9명이 추천서 작성을 거부했다. 거래소 측은 44만5000달러의 회원권을 사기 전에 은행에서 30만달러 대출을 약속받으라는 이례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은행은 거래소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서로 떠넘기기만 했다.


2년 여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시버트는 1967년 첫 여성 거래소 회원이 됐다. 그는 “그 후 10년간 1365명의 남성들 가운데 나 홀로 여자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버트는 여성 기업가와 금융권 종사자를 돕는 일도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도 거래소 안에 없던 여성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투쟁’을 했고, 1987년 7층에 드디어 공간을 얻어냈다. 그의 회사는 1975년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며, 2년 뒤 뉴욕주는 뮤리얼에게 주 내 은행에 대한 감독을 위임했다. 정부의 첫 여성 은행감독관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했다.

 

1992년 한 오찬에서 시버트는 “기업은 합법적으로 영업해야 하지만 여성이 대거 월가에 왔음에도 여전히 중역에 앉지 못했다. 여전히 남성의 조직이다.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