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 포린폴리시, 기밀 공개… CIA “해당 정보 없다” 부인
대표적인 좌파 석학인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84·사진)가 1970년대 미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은 증거가 나왔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연방수사국(FBI)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FBI가 중앙정보국(CIA)과 주고받은 촘스키 관련 기밀 통신문을 입수했다고 13일 보도했다. 1970년 6월8일 날짜가 찍혀 있는 이 문서에는 촘스키의 반전 운동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작성자인 CIA 관계자는 “반전 운동가들의 다음 행선지인 북베트남 일정은 촘스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함께 가는 이들에 대한 어떤 정보라도 달라”고 FBI 측에 요청하고 있다. 촘스키 교수는 당시 미국의 베트남전 정책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비판적 지식인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동안 CIA는 이 같은 자료의 존재를 부정해왔고, 포린폴리시의 정보공개 요청에도 “해당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수년간 부인해 온 문서가 드러나면서 관련 정보가 어느 정권에서 어떤 이유로 사라진 것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보수집 전문가인 마켓대 에이던 시어해리스 명예교수는 “1970년 CIA는 촘스키 관련 문서 작성을 승인했다”며 “CIA의 반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 문서가 없어졌다는 것을 확인해 준 셈”이라고 말했다. 합법적 삭제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어해리스 교수는 “1950년 제정된 연방기록법은 어떤 기록이든 국가기록보관소의 사전 승인을 받아 폐기토록 하고 있다”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서를 보존하기 위한 것으로, 촘스키 자료는 역사성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CIA 측이 문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기 때문에 실제로 촘스키 기록이 삭제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시어해리스 교수는 “CIA가 촘스키 문서만 없앤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삭제 배경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촘스키는 이에 대해 “권력이란 보통 그 힘을 어떤 방법으로든 확장하려 한다는 사실은 언젠가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안보국(NSA)의 정보 감시와 1970년대 사찰 가운데 어떤 것이 불안감이 더 크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촘스키는 다만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두려움을 유발한 것은 FBI의 파괴자 첩보활동과 같은 테러를 막기 위한 감시가 아니었다. 정보원이 노출됐을 때도 지금보다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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