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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6년, 시리아의 경제는?  

by bomida 2017. 7. 3.

7년째 전쟁 중인 시리아가 새 화폐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2000파운드 지폐다. 기나긴 내전에 서민들의 삶은 무너졌지만 경제 구조는 외부의 예상과 달리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지정학적 중요성 탓에, 이권이 걸린 나라들이 돈을 계속 투입하는 까닭이다. 

 

2일부터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2000파운드 신권이 유통된다고 국영 SANA통신이 전했다. 신권의 가치는 약 3.8달러, 4300원이다. 기존 최고액 지폐는 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 전 대통령이 전면에 인쇄된 1000파운드짜리였다. 


A portrait of Syria's President Bashar al-Assad is seen printed on the new Syrian 2,000-pound banknote that went into circulation on Sunday, in this handout picture provided by SANA on July 2, 2017, Syria. _ SANA


당국은 기존 지폐의 손상이 심해 몇 해 전 준비해둔 신권을 유통시키려는 것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집권 17년만에 아사드가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최고액권을 내놓은 것은 최근 이슬람국가(IS)로부터 알레포 등 주요 도시를 탈환한 상황과 관련있다. 내전 초반에만 해도 국제사회가 아사드 축출을 거론했으나 정권은 여전히 요지부동이고, 최근 전황은 정부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아사드 정권의 자신감이 새 화폐에 투영된 것이다.

 

시리아 화폐가치는 2011년 달러당 47파운드에서 현재 517파운드로 폭락했다. 인플레이션은 2013년 120%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1년 이후 누적 400%가 넘는다. 걸프뉴스에 따르면 올해 라마단 기간 다마스쿠스 가정의 한 끼 식비는 3000~4000파운드 수준으로 2011년의 6배였다. 전기공급은 하루 12시간에서 9시간으로 줄었다. 상점과 사무실들의 필수품이 된 발전기는 1200만파운드를 호가한다. 식용유와 주방용 연료는 전쟁 전의 3배다. 실업률은 60%로 치솟았다. 2400만명이던 인구는 국외로 떠난 난민이 늘면서 1700만명으로 줄었다.

 

긴 내전 속에 경제지표는 불안정하지만,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외국의 투자가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병원 등 의료 분야에 1000만 달러, 중국은 유전·통신·원자재·에너지 등에 60억 달러 투자를 논의 중이다. 체코는 시리아에 의료·교육 투자를, 벨로루시는 자동차공장 건설 등 공업도시 투자를 제안했다. 에너지·농업·보건 개발을 지원을 했던 일본은 2011년 내전이 시작된 뒤 직접 원조는 중단했지만 유엔개발기구(UNDP)를 통한 재건 사업을 하고 있다.


Central Bank of Syria governor Duraid Durgham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s he holds the new Syrian 2,000-pound banknote that went into circulation on Sunday, in this handout picture provided by SANA on July 2, 2017, Syria. _ SANA


특히 이란은 내전 기간에만 60억~100억 달러를 지원해 정부가 필수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최근엔 인산염과 통신, 석유·천연가스, 농업 분야 거래를 약속했다. 미국의 민간정보회사 스트래트포는 “이란의 재정지원은 자선이 아니라 투자”라고 분석했다. 이라크는 전후 미국과 유럽 돈이 많이 들어갔지만 시리아는 상대적으로 고립돼 있다. 하지만 총성이 멈추면 도시 재건에 1000억~2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를 대비해 이란이 밑밥을 깔아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시리아 에너지분야에 투자해온 나라들은 이미 집어넣은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시리아 재건을 돕는 편이 유리하다. 자국내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시리아 정권과 정보를 공유할 필요도 있다. 온라인매체 시리아디플리는 “이 나라들은 투자를 회수하려면 현 정권이 유지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의 석유 매장량은 25억배럴, 천연가스 매장량은 2407억㎥ 정도다. 걸프 산유국들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지중해에 면한 지리적 위치와 전략적 중요성은 어느 나라 못잖게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