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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국이 겨눈 건 카타르의 ‘동력’ 천연가스

by bomida 2017. 6. 14.
걸프국이 겨눈 건 카타르의 ‘동력’  천연가스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교장관(사진)은 12일(현지시간) “누구도 우리의 외교에 간섭할 권리는 없다”며 단교를 선언한 국가들을 비판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국교를 끊은 “진짜 이유에 대한 실마리가 없다”고 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핵심적인 이유를 천연가스에서 찾았다. “천연가스는 카타르에 독립을 가져다줬고, 나머지 (걸프)국가들은 이 날개를 꺾을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카타르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약 24조㎥로 러시아(47조㎥)와 이란(34조㎥)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전 세계 수출량의 3분의 1이 카타르산이고, 한국의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 역시 카타르다. 

다른 걸프국과 마찬가지로 석유에 의존하던 카타르가 천연가스에 눈을 돌린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가스층이 발견된 것은 1971년이지만, 북쪽 해안의 가스전이 첫 생산에 들어간 것은 1991년이었다. 영국에서 독립한 지 20주년 되던 해였다. 천연가스를 석유 대체 품목으로 키워 본격적인 수출에 나선 것은 1996년이다. 하마드 전 국왕이 1995년 아버지를 몰아내는 궁정 쿠데타를 일으킨 다음해다. 사우디를 비롯한 왕정국가들이 카타르의 개혁을 눈엣가시로 보기 시작한 역사는 천연가스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미국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의 짐 크레인은 “사우디의 속국이나 마찬가지였던 카타르는 가스전을 통해 쌓은 부를 가지고 독자적인 역할과 자율성을 얻는 데 썼다”고 말했다. 

석유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LNG 3억t이 생산됐고 이 중 2억6800만t이 거래됐다. 카타르는 2023년이면 석유가 고갈된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100년 이상 채취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걸프국들은 지금 재정난이 심각하다. 저유가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위상이 역전된 시점에서, 이미 생산단가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춰놓은 카타르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인 것이다. 


카타르의 최대 가스전은 북부 연안에 있는 노스돔이다. 이란 쪽 가스전은 사우스파스라고 부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퇴적층의 가스 매장량을 51조㎥ 규모로 추정한다. 세계 최대 가스전인 이 지역은 바다 위 국경을 따라 나뉘어 있을 뿐 같은 가스층이기 때문에 한쪽이 생산량을 늘리면 다른 한쪽의 잔여량이 줄어든다. 

이란은 국내 전력공급이 달리는 데다, 핵합의로 서방과의 교류가 회복되면서 천연가스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내년 3월이면 사우스파스에서 이란의 가스 생산이 카타르를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과 사우스파스 추가 개발 협상도 들어갔다. 이란의 개발과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카타르는 지난 4월 12년 만에 가스전 개발 유예조치를 해제했다. 또 이란에 생산량을 조율할 공동기술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돈줄을 지키려면 카타르는 이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생산량을 조율해야 한다. 이란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걸프국들의 요구는 결국 카타르의 ‘날개’를 꺾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지정학적 구도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강압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란은 먹거리 공급마저 끊긴 카타르에 매일 항공편으로 신선식품 등을 보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