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이슬람권 이웃국가들이 카타르와의 국교를 끊은 지 20일이 넘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이집트는 카타르를 상대로 알자지라방송 폐쇄, 상거래를 제외한 이란과의 교류금지 등을 요구했으나 카타르는 주권 침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덩어리로 묶여 있던 걸프 아랍국들 간의 초유의 외교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하메드 알도하이미 주한 카타르 대사를 지난 22일 서울 동빙고동의 대사관에서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카타르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그는 주변국들이 외교관계를 단절한 것은 “원인도 불분명하고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 폐쇄 요구는 내정 간섭에 해당되며, 카타르가 테러조직을 지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카타르는 1974년 독립 직후 한국과 국교를 수립했으며, 서울의 대사관은 1992년 문을 열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 주재 대표부에 근무하고 외교부 아시아국장 등을 거친 알도하이미 대사는 2014년 2월 부인, 네 자녀와 함께 한국에 부임했고 서울에서 다섯째를 낳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_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카타르 측은 사우디 등이 국교를 단절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실질적인 원인도, 어떤 근거도 없다. 누구도 카타르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카타르 국영 QNA통신이 해킹당해 가짜뉴스가 게재된 것이 발단이었다. 우리 당국이 허위 기사라고 했는데도 사우디와 UAE, 바레인 언론들은 카타르의 공식 입장은 무시한 채 의혹만 되풀이해 주장했다. 카타르는 신앙과 언어, 문화와 지리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으로서 (주변국들과) 특별한 유대관계를 가진 걸프협력회의(GCC)의 일원이다. 어떤 문제든 마주보고 풀 의사가 있다.”
-단교한 나라들은 알자지라를 폐쇄하고 이란과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는데.
“카타르는 어떤 문제든 논의할 용기가 있다. 우리가 틀렸음이 입증되면 인정하고 시정할 준비도 돼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정책에 개입하고 압력을 넣고 봉쇄와 위협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란은 서로 존중하는 이웃나라다. 이란과의 관계는 다른 걸프국과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대(對)이란 교역 규모는 걸프 내 5번째다. 알자지라 방송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내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논의를 거부한다. 유엔은 어떤 국가도 자국의 의지를 강요하기 위해 타국에 일방적인 경제·정치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결의한 바 있다.”
-사우디 등은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 등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카타르는 조직이 아닌 국가를 지원한다.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선거로 집권했을 때, 카타르는 선출된 정부로서 그들은 지원했다. 유엔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집단으로 분류한 적 없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무슬림형제단 소속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를 둔 회원국들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기는 힘들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카타르가 테러리즘과 연계돼 있다는 그 어떤 주장도 부인하며 반박한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테러 활동도 지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교착 상태가 테러와의 싸움을 위한 국제적 단결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동의 일부 국가가 테러를 지원한다”며 사실상 카타르를 겨냥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동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카타르 관련 의혹은 허위 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타밈 국왕은 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 13~14일 우리 국방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총 72대, 120억 달러 규모의 전투기 구매에 합의했으며 카타르-미국 군사훈련도 준비 중이다. 양국 관계는 깊고, 대테러전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떤 조직과 행위를 테러로 볼 것인지에는 견해 차이가 있지만 카타르는 유엔 기준에 따라 테러조직을 판단한다. 국가 이익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재건활동을 하는 정치조직 하마스의 경우도, 일부 국가에선 테러조직으로 보지만 유엔은 그렇게 규정하지 않는다.”
“1년치 식료품 등 생필품 재고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변국들의 협조로 공급 부족도 없었다. 그러나 봉쇄 조치, 특히 영공 폐쇄는 시카고 협정(항공자유화협정)에 위반되며 이는 역사상 전례 없는, 심각한 선례로 남을 수 있는 행동이다. 특히 봉쇄 조치로 해외 거주 시민들과 학생들의 이동이 제한됐고, 가장 취약한 아이들과 노인, 장애인들이 타격을 입게 됐다. 카타르 인권위원회에는 이미 수천건의 위반 행위들이 접수돼 있다. 2015년 12월 유엔에서 통과된 ‘인권 및 일방적 강압조치’에 관한 결의안은 이런 행위가 국제법, 국제인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중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이미 고조돼 있던 중동의 긴장감을 심화시켰다. 대화와 외교를 통해 빨리 사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쿠웨이트와 프랑스, 영국, 러시아가 중재에 나섰다. 이런 노력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결실을 맺길 바라고 있다”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이번 사태가 월드컵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준비를 진행할 수 카타르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 것이다. 21일 한국을 방문한 카타르 에너지산업장관은 천연가스 수출 등의 일정이 변경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밝혔다(한국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30%가 카타르산이다). 이번 사태가 다른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카타르는 다른 걸프국과 다른 ‘젊은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 비전에 대해 말해달라.
“카타르의 부상은 셰이크 하마드 전 국왕 시대에 시작돼 현 타밈 국왕 시대로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과 과학, 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호황을 이루면서 유엔개발계획(UNDP)의 2016년 인간개발지수(HDI)에서 세계 33위에 올랐다. 아랍국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투명성과 국제경쟁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 비즈니스, 관광에서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 카타르항공은 세계 소비자평가 1위 항공사로 선정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3만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세계 유수 대학들이 (수도 도하에) 분교를 두고 있다. 우리 정부의 ‘비전 2030’은 경제와 사회, 환경의 균형된 발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카타르는 모든 국제 헌장과 협약을 존중하며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역할도 해왔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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