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라크 모술의 대표 유적
ㆍ‘기울어진 첨탑’으로 유명
ㆍ수세 몰린 IS, 극단적 파괴
12세기에 지어진 이라크 모술 서부의 알누리 모스크가 이슬람국가(IS)의 공격에 폭파됐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 모스크의 상징인 기울어진 첨탑도 결국 파괴됐다.
이라크군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다에시(IS)가 모스크와 첨탑을 파괴해 또 하나의 역사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고 이라키뉴스가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모술 탈환 작전에 들어간 이라크군은 올 초 동부 지역을 점령했고 4개월째 서부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지역에 남은 IS의 마지막 근거지인 구시가지의 알누리 모스크까지 포위한 상태였다. 이날 정부군이 모스크 반경 50m까지 접근하자 수세에 몰린 IS가 모스크 파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알누리 모스크는 2014년 7월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칼리프 국가’를 선언한 곳이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IS의 모스크 폭파에 대해 “사실상 (IS가) 패전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IS는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미군의 공습으로 모스크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사원의 터는 남아 있지만 첨탑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알누리 모스크는 모술의 대표 유적이자 유서 깊은 종교시설로 80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사원이다. IS가 이곳을 점령하려 하자 모술 주민들이 인간띠를 형성해 저항하기도 했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이라크 정부는 이슬람 성월 라마단 마지막 날의 이드 알피트르 축제에 맞춰 이달 25일 이전 모스크 함락을 계획했었다.
알누리는 1145년 왕위에 오른 셀주크 왕조의 누르아딘 잔기가 사망 직전인 1173년 완성했다. 45m 높이의 기울어진 첨탑은 이 사원의 상징이었다. 비스듬히 선 모양이 몸을 구부린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알하드바(곱사등이)’라고 불렸다. 첨탑이 기울어진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햇볕을 받는 쪽의 벽돌이 고온에 팽창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오랜 세월 동안 훼손된 모스크와 첨탑은 1942년 이라크 정부가 해체해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복원했으며, 1981년에는 첨탑을 안정시키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 중 첨탑 지하 파이프가 부서지면서 균열이 생겼다. 최근에는 균열이 더 심해져 첨탑의 축이 3m까지 기울었다. 3년 전 IS가 이 지역을 장악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고, 결국 파괴됐다. IS는 모술과 탈아파르 등지에서 시아파 사원과 기독교 유적들을 파괴했고, 2015년 8월에는 수천년 역사를 간직한 시리아 팔미라의 고대 유적마저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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