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이뤄진 카타르와의 단교에 아랍국이 아닌 몰디브, 모리셔스도 동참했다. 인도양 작은 섬나라들까지 반 카타르 전선에 합류하게 만든 것은 사우디의 오일달러였다. 사우디가 막대한 자금까지 쏟아부어가며 카타르를 고립시키기 위해 총력 외교전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7일(현지시간) 사우디가제트 등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아랍권 6개국과 함께 몰디브와 모리셔스, 모리타니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요르단은 카타르와 외교 관계의 수준을 낮췄다. UAE는 단교에 이어 카타르에 우호적인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람은 최고 징역 15년형이나 50만디르함(약 1억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몰디브 투자계획을 담은 가상도. maldivesfinest.com
아프리카의 모리타니는 근래 아랍화가 많이 진행된 곳이지만, 몰디브와 모리셔스는 예상밖이다. 공통점이라면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인 곳들이라는 점이다. 몰디브는 2015년 사우디와 대사관을 상호 개설한 뒤 투자협상을 시작하면서 급격히 가까워졌고 지난해엔 40년간 이어온 이란과 국교를 끊었다. 최근 몰디브 남부의 파아후환초에 사우디 왕실이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살만 국왕은 지난 3월 해외 순방 때 몰디브를 방문하려 했으나 이곳에 신종플루가 돌자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정부가 산호섬을 사우디에 팔아버리려 한다며 몰디브 내에서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모리셔스는 지난해 사우디에 대사관을 열었다. 금융·통신·관광 육성 정책을 펴는 모리셔스 정부는 바닷가 토지를 공짜로 내주겠다며 사우디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예멘을 공격하는 사우디를 도와 지상군을 보낸 모리타니도 2015년 파병 시점과 맞물려 대규모 투자 논의가 흘러나왔다.
종교는 다르지만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이자 아프리카 자원 부국 가봉도 카타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세네갈 역시 카타르에 주재 중인 자국 대사를 소환을 결정했다.
이슬람국가들을 규합하려는 사우디의 의도는 살만 국왕의 아시아 순방에서도 이미 엿보였다. 사우디 국왕이 해외 여러나라를 한번에 방문한 것은 1970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 순방에서 살만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몰디브, 요르단을 들렀고 일본과 중국까지 방문했다. 알자지라는 일본과 중국을 뺀 다른 순방국들은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인 동시에 수십년간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수니파 무장단체가 기승하는 나라들”이라고 보도했다. 몰디브의 경우 인구당 IS 전투원 가담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살만 국왕이 이 순방 때 이슬람군사동맹 가입도 요구했다”며 “테러대응을 주도하는 나라로서의 위치를 굳히려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해외순방지로 지난달 사우디를 찾아 1100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팔기로 계약하고 이란을 비난하며 사우디에 힘을 실어줬다. 카타르를 따돌리면서 사우디가 내세운 것도 테러에 대항한 안보 문제다.
시아파 이란과 대척점을 만들어 이슬람권에서 위상을 제고하는 동시에, 살만이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MBS·32)의 후계구도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장관인 MBS는 이슬람군사동맹을 주도하면서 예멘 공격도 지휘하고 있다. 사우디를 탈석유 국가로 만들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도 책임지고 있다. 왕위 계승 서열은 내무장관인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58)에 이은 2위이지만 ‘실세 왕자’로 불린다.
독일의 이슬람전문매체 칸타라는 살만이 최근 인사를 통해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면서 “MBS가 왕세자의 계승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4월에는 MBS의 동생인 칼리드 왕자가 주미 대사에 임명됐다. 왕세자 쪽에서 지사를 맡아온 동부의 부지사엔 살만의 손자인 30살의 아흐마드 왕자를 보냈다. 최근 국가안전회의기구를 신설한 것도 왕세자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MBS는 예멘 전쟁도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카타르와의 단교 역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놓고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외교실책이 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세계 > 뉴스 깊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프국이 겨눈 건 카타르의 ‘동력’ 천연가스 (0) | 2017.06.14 |
---|---|
“경미한 사건” 이슬람혁명의 상징 타격당한 이란이 ‘차분한 대응’ 하는 까닭은 (0) | 2017.06.08 |
폭로자 경멸했던 트럼프, 기밀 폭로자 되다 (0) | 2017.06.04 |
[정리뉴스]“미세먼지, 관리 못한 국가 탓”···줄잇는 국가 상대 소송 (0) | 2017.05.08 |
[뉴스 깊이보기]“악의 축이 돌아왔다” (0) | 2017.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