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의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위한 조기 총선 승부수는 결국 역풍이 됐다. 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과반 의석을 놓쳤다. 메이는 신속히 연정을 구성해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리더십은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 청년 유권자가 주축이 된 표심이 하드 브렉시트를 거부하면서 열흘 뒤 시작될 브렉시트 협상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선거에서 보수당은 기존보다 의석수가 12석 줄어든 318석으로 다수당이 됐지만 과반엔 미치지 못해 ‘헝(hung) 의회’가 됐다. 야당들의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반발을 압도할 ‘강력하고 안정적인 협상권’을 위해 조기 총선을 요청했던 메이는 거센 책임론에 맞닥뜨렸다. BBC는 “영국 현대 역사상 가장 큰 정치적 실수”라고 전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9일 서둘러 10석을 확보한 민주통합통일당(DUP)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며 총리직 유지 의사를 확실히 했다. 그는 “새 정부는 중요한 이 시점에 확실성을 갖고 영국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가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은 당장 열흘 후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EU는 협상 시간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임이 확인된 데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과반 확보 실패에 대한 총리의 책임 요구가 커지고 있어 협상을 주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U 회원국들은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토니 트래버스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선거를 치른 이유와 상반된 결과로, (영국은) 힘을 잃은 채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블룸버그는 영국이 EU와의 경제공동체는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디언은 노동당이 선전한 투표 결과에 주목했다. 교육예산 증액, 민영철도 국유화 등 코빈의 ‘좌파 공약’과 함께 젊은층의 높은 투표율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18~24세 청년층 투표인단 등록자 수는 100만명에 달해 투표율이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68.7%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렉시트에 반대한 청년들이 127만표 차이로 결정난 ‘EU 탈퇴’에 반발해 투표장으로 갔다”고 봤다. 브렉시트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디펜던트는 두 번째 국민투표를 치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 과정에서 두 차례 테러가 터진 악재에다 선거전략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받은 메이의 리더십은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벌써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앰버 러드 내무장관 등 차기 총리 하마평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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