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유럽

맨체스터 자폭 테러범 아베디는 영국·리비아 흑역사의 ‘사생아’

by bomida 2017. 6. 1.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자폭 테러범 살만 아베디(22)는 맨체스터에서 태어났고 영국 국적이지만 아버지의 나라인 리비아와 연결돼 있었다. 그리고 그 끈을 통해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맨체스터 테러 뒤에는 냉전 시절부터 이어진 영국과 리비아 무장세력의 어두운 역사가 있었다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옛 소련이 1980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영국은 미국과 함께 소련에 맞서 싸울 아프간 무장전투원들을 지원했다. 리비아, 알제리,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지에서 무자헤딘(이슬람 전투원)들이 서방 무기를 지원받아 아프간으로 갔으며 냉전이 끝난 뒤 각기 고국으로 돌아갔다. 


영국 군인과 경찰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인 국회의사당과 다우닝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런던_AFP연합뉴스


1995년, 리비아로 돌아간 아프간 무자헤딘 출신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성한 것이 리비아이슬람투쟁그룹(LIFG)이다. 영국 해외정보국(MI6)은 1996년 LIFG의 카다피 암살계획에 15만 달러를 제공하는 등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조직은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와도 연계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LIFG는 9·11 후 미국의 대테러전이 시작되면서 서방의 ‘금지 단체’가 됐다. 카다피 정권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리비아 출신 이주민들도 여권을 몰수당하는 등 강한 통제를 받았다. 영국은 2004년 대테러 활동의 일환으로 하킴 벨하지 LIFG 사령관을 체포해 리비아로 강제송환하기도 했다. 벨하지는 2011년 카다피를 축출한 시민혁명 때 이슬람세력을 이끌고 반정부 무장투쟁을 주도했으며 지금은 리비아 정계의 주요 인물이 돼 있다.

 

아랍의 봄을 겪으며 이슬람 세력과 영국의 관계는 다시 한 차례 변화했다. 알자지라는 “영국 정보당국 내에서는 이들이 카다피 축출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 ‘출구’를 열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출신들은 여권을 돌려받아 외국 여행을 할 수 있게 됐고, 그 때 리비아로 돌아간 인물 중 하나가 LIFG의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아베디의 아버지였다. 아베디도 리비아를 드나들며 극단주의 조직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디의 고향이기도 한 맨체스터는 영국에서 가장 큰 리비아 이주민 공동체가 있다. 리비아 내 외국인 무장전투원의 4분의 3은 맨체스터 출신이라는 보도도 있다. 이번 테러 전에 이미 아베디는 맨체스터에서 위험인물로 신고된 적 있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아베디의 위험성이 과소평가됐는지, 사전에 테러를 차단할 여지가 있었는지 등을 놓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