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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마크롱, 트럼프에 으르렁? 두 사람 케미는

by bomida 2017. 5. 15.

ㆍ첫 통화서 기후 얘기 꺼내 파리협약 지키겠다 강조
ㆍ25일 나토회의서 첫 만남…미 언론 “프, 균형추 역할”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 에마뉘엘 마크롱

‘주류 정치권에 속하지 않는 정계의 아웃사이더’ ‘상류층 지인들에게 둘러싸인 재계 출신 지도자’.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에마뉘엘 마크롱(39)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0·아래 사진)과 비슷한 배경을 가졌지만 공통점은 여기까지다.

“첫 도전에서 대권을 잡았다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이라는 미 언론들의 지적처럼 두 사람의 ‘케미’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첫 통화부터 마크롱은 트럼프에게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마크롱과 첫 통화를 하며 당선을 축하하고, 오는 25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첫 만남을 갖기로 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양국의 굳건한 협력을 강조하면서 테러와 경제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마크롱, 트럼프에 으르렁?

그러나 마크롱은 10분 남짓 양국의 현안을 논의한 첫 전화 대면에서 트럼프가 탈퇴를 공언한 기후변화협약을 꺼내 들었다. 로랑스 이암 마크롱 당선인 대변인이 CNN에 “마크롱은 기후변화가 프랑스에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고 강조했고 ‘파리기후협약을 지켜 나가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는 이르면 이번주 2015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합의한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니얼 프리드 전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는 이 같은 가치와 철학을 지닌 마크롱이 “트럼프의 ‘균형추(counterweight)’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특히 마크롱은 이번 선거에서 고립주의, 반이민을 내건 극우파와 맞붙어 승리하면서 개방과 포용의 상징이 됐다. 유럽연합(EU)의 통합을 강조하고 러시아의 위상이 부각되는 데 회의적이다.

마크롱의 ‘롤모델’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트럼프와의 불협화음은 태생적인 측면도 있다.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의 모든 정책에 반대하며 색깔 지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마크롱은 선거운동 방식과 대중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2008년 대선에서 ‘미래와 통합’을 강조했던 오바마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 승리가 확정되자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을 본떠 ‘담대함의 승리’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의 당선은 영국의 EU 탈퇴 결정(브렉시트)과 트럼프 당선으로 이어진 국가주의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고 트럼프의 외교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 반난민 극우 포퓰리즘에 맞서 고군분투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나란히 자유민주주의와 세계화, 자유무역을 강조하며 유럽의 분열을 막아낼 수 있게 됐다.

프리드 전 차관보는 “노련한 메르켈과 역동적인 신참 마크롱의 조합은 ‘트럼프 이데올로기’에 명백한 도전이 될 수 있다”며 “프랑스 대선을 계기로 트럼프의 외교정책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정상은 오는 7월 EU 정상회의서 7월 말 만료되는 러시아 제재 연장 논의를 주도하게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대선이 “유럽뿐 아니라 서구의 정치적 궤적에도 중대한 함의를 내포한 선거이며 우파 포퓰리즘을 막아낼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였다”고 전했다. 독일 싱크탱크 마셜펀드의 카렌 돈프리드 회장은 “트럼프가 자신의 당선과 브렉시트를 기득권이 무너지는 징조라고 했으나 이 평가는 틀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