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연료 떨어져 발전소 멈춰…자치정부·하마스 “네 탓”
ㆍ주민, 고립·전력난 이중고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봉쇄로 고립된 팔레스타인 남서부 가자지구가 암흑에 싸였다. 지역에 하나뿐인 발전소의 연료가 떨어져 멈춰선 탓이다.
현지 언론 마암통신은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평소 하루 8시간이던 전기 공급시간이 6시간으로 줄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마저도 머잖아 하루 4시간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자자구에선 올 1월에도 하루 3시간만 전력이 공급되는 등 일주일 넘게 전력난과 정전이 이어졌다. 1만여명이 항의시위를 벌였고, 카타르와 터키가 기름을 지원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마저 바닥났다.
주민 니빈 아부 마랄힐(35)은 “밤이든 낮이든 전기가 들어와야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냉장고와 세탁기는 수시로 고장나고, 음식을 보관하지 못해 매일 필요한 것만 산다”고 CNN에 말했다. 가자 당국은 “이틀 내 전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루 200~250건의 의료수술도 취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자의 전력난은 근본적으로 봉쇄 탓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2007년 무장정치조직 하마스가 이 지역을 장악했다는 이유를 들며 물자와 사람의 왕래를 통제하는 봉쇄에 들어갔다. 인구 200만명, ‘세계 최대의 난민촌’으로 불리는 가자의 산업은 무너졌다. 1만명이던 어부와 농부 숫자는 200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실업률은 43%였다. 인권단체 유로메드가 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 주민의 65%가 빈곤층이고, 72%는 충분히 먹지 못하는 상태이며 80%가 국제 원조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이스라엘을 사이에 두고 가자와 떨어진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 당국은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파티 알셰이크 칼릴 가자발전소 부대표는 “자치정부가 갑자기 발전용 연료에 세금을 매겼다”며 발전기 2대를 가동하는 데 2000만셰켈(62억원)이 들던 것이 5000만셰켈로 늘었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 이집트와 연결된 전력망을 늘리고 가스관을 새로 만드는 계획도 자치정부가 미뤘다”고 비난했다.
반면 자치정부 석유국의 푸아드 알쇼바키는 “10년 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맡기 전에는 전력난이 없었다”면서 하마스가 전기요금으로 1억셰켈을 벌어놓고도 운영을 제대로 못했다며 무능을 탓했다.
이스라엘의 통제와 자치정부·하마스 간 다툼 속에 고통을 받는 건 주민들뿐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폭격을 계속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계속 잡아가두고 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 갇힌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00여명은 16일부터 재판도 없는 무기한 구금과 인권 침해에 항의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유엔 중동평화과정 특별부조정관 로버트 파이퍼는 “몇년간 쌓이고 쌓인 문제들로 인해 가자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기 힘든 땅이 돼버리는 기폭점(tipping point)으로 향하고 있다”고 예루살렘포스트에 말했다.
지난주 라미 함달라 팔레스타인 총리가 하마스에 권력을 넘기라고 요구한 데 이어, 다음주에는 자치정부 대표단이 가자로 건너간다. 재통합 협상으로 사태 해결에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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