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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본 골목상권 이야기] 40년간 임대료 오르지 않은 도쿄 구니타치 약국

by bomida 2015. 12. 25.


“부동산 버블 겪어보니 눈앞 임대료 인상은 장기 수익 도움 안돼”


ㆍ‘40년간 임대료 오르지 않은’ 일본 도쿄 구니타치 약국


일본 도쿄 구니타치(國立)시는 히토쓰바시(一橋)대학을 비롯해 음악대학, 사립중학교 등 학교가 많은 도시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정부는 구니타치역 주변 1㎞ 내에 술집, 유흥주점 등이 들어올 수 없는 문교지구(文敎地區)로 지정했다. 그래서 인구 7만명의 이 소도시는 전철로 30분 떨어진 신주쿠 등 도쿄 도심처럼 번화하지 않다.

하지만 1920년 도시계획으로 마을이 형성될 때부터 생긴 오랜 상권은 역을 중심으로 굳건히 터를 지키고 있다. 역 앞 왕복 4차선 도로 양쪽 500m 구간엔 가게만 80여곳이다. 상인들이 만든 상점회도 60년 넘게 꾸려오고 있다. 안쪽 이면도로 상가엔 빈가게가 가끔 있지만 큰 길을 면한 이 거리엔 공실이 없다. 카페, 슈퍼마켓, 식당, 프랜차이즈 체인점, 편의점, 휴대전화 판매점 등 다양한 점포들 중 절반 이상은 10년 이상 장사를 하고 있다.







를 지키는 데는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저렴한 임대료 덕이다. 이타사카 점장은 “건물 1층에 66㎡(20평) 정도 공간을 쓰는데 3.3㎡(1평)당 월 2만2500엔(21만원)을 낸다. 40년 전과 같은 값인데 주인이 올려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일본 도쿄 구니타치(國立)시 역 앞 구니타치대학로상점가는 일직선 도로를 따라 80여개 가게가 양쪽으로 들어서 있다. 1920년 도시계획으로 마을이 들어선 뒤 이곳 상인회는 60년 넘게 유지되며 상권을 지키고 있다. 이 거리의 임대료는 거의 변동이 없으며 한 약국은 40년간 월세가 오르지 않았다.


나카가와 약국이 속한 구니타치대학로상점회 가게들의 평균 임대료는 1층이 3.3㎡당 3만엔 수준이고 2~3층은 더 저렴하다. 상점 계약은 2~10년까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년마다 재계약을 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조건은 자동갱신된다.


약국 옆 마스다서점은 70년 전 지금의 가게 대표인 마스다의 아버지가 3.3㎡당 55엔을 주고 사들인 건물에 있다. 현재 매매가는 3.3㎡당 300만엔까지 올랐지만 이 건물 역시 임대료는 그대로다. 마스다는 “임대수익을 늘리려고 계약기간이 끝난 상인을 내보낸다고 해도, 올린 월세에 바로 새 상인이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다. 나중에 점포가 임대되면 다행이지만 비어있던 기간의 월세는 그대로 손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의 건물주들이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것은 장기수익률이다. 20년 전 부동산 버블이 꺼진 뒤 이 같은 성향은 더 강해졌다. 당시 공실이 급증하고 임대수익이 20~30%씩 빠졌던 경험 탓이다. 공실로 남은 건물은 관리비 부담만 커져 매물로 내놔도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임대료는 큰 변동이 없다.

특히 월세는 재계약 때 오르기도 하지만 내리기도 한다. 점포 매출이 떨어지면 월세를 내려서라도 상인이 계속 장사할 수 있게 해야 임대수익이 유지된다는 생각에서다. 벌이가 나아지면 다음 재계약을 할 때 월세를 올리면 되기 때문에 장기수익률로 보면 큰 손실이 아니다. 일본은 건물이 오래되면 감가상각을 해 임대료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계산이기도 하다.

마스다의 건물도 버블 당시 3.3㎡당 800만엔까지 뛰었지만 그때도 임대료는 20% 정도 올리는 데 그쳤다고 한다. 그는 “월세가 비싸지면 점포 바뀌는 주기가 빠를 수밖에 없어 장기적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