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청년 상인들이 전통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시장 안 빈 가게를 싸게 임대해 물건도 팔고 그림도 그리죠. 공간은 얻었지만 이런 곳은 보통 이렇다 할 상권이 없기 마련입니다. 젊은 상인들이니까 한 번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구로시장에 들어간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제 문을 연지 4개월인데 성공했다, 아니다 말할 단계도 아니죠. 그런데 서울에서 이런 곳이 생겨나면 덜컹 겁도 납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 임대료는 올라가고 터를 잘 닦아온 이들을 쫓겨나곤 하니까요.
인터뷰 말미에 미리 김칫국 마시는 고민도 해봤습니다. 최현호씨는 "집 값이 오르고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게 거품이면 문제가 되지만, 오른 지역 가치에 맞게 가격이 형성되면 그것도 맞는 것이다. 그 적정선이 어디까지고, 누가 판단할 것인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하더라고요. "주인, 건물주만 득을 보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박유석씨는 "시장은 상인회라는 상가 번영회보다는 강력한 조직이 있고, 이곳에서 50년간 자리를 지켜온 어르신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네요.
고민이 되더라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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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어른들의 많은 조언 큰 힘… 소실된 옛 상권에 새 문화”
서울 가리봉동과 구로4동이 맞닿은 7호선 남구로역 앞 구로시장이 있다. 1960~70년대 구로공단 여공들이 단골로 드나들며 옷을 사고 장을 보던 곳이지만 90년이 이후 상권이 변하면서 활기를 잃었다. 최근에는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변하면서 손님은 더 줄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구로시장은 셔터를 내린 채 기둥과 지붕이 녹슨 점포가 쉽게 눈에 띄었다.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 썰렁함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골목을 따라 가다보니 한 켠에 알록달록한 색으로 크레페 메뉴를 써놓은 간판이 들어왔다. 유기농 잼과 귤 말랭이를 파는 점포, 초상화와 독특한 그림이 가득한 카페도 나왔다. 대구식 닭똥집 튀김가게도 있다. 이름도 ‘똥집맛나’, ‘쾌슈퍼’, ‘아트플라츠’ 등 반세기 넘은 한복집과 포목집, 순대국집 사이로 생경하다.
서울 구로동 구로시장에 점포를 차린 청년상인들이 지난달 30일 카페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시장 골목길 한쪽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청년들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기존 가게들과 품목이 너무 다르고 지원으로 장사를 시작한 젊은이를 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박유석씨는 “식자재는 꼭 구로시장에서 사다가 쓰는데 그렇게 인사를 하고 안면을 익히면서 어머님들이 손님들에게 ‘젊은이들이 와서 장사한다’고 얘기도 해주시더라.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먹자골목 가게의 간판을 새로 그려주기도 하고, 상인쉼터도 꾸미면서 구로시장의 일원이 돼 가고 있다. 이 지역 예술단체인 구로는예술대학의 최현호씨(30)는 “청년가게가 있는 골목은 20~30년간 상권이 죽었던 곳인데 주민들과 주변 상인들이 다시 찾아오게 하려면 긴 시간을 가지고 자리매감을 해야한다”며 “세대차이는 있지만 평생 장사를 해온 어르신들이 같은 상인으로서 조언도 해주신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동 구로시장에 점포를 차린 청년상인들. 구로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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