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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서울이야기

‘동네서점’ 연대 바람 부나

by bomida 2015. 5. 28.


도시가 좋다. 휴가도 휴양지로 거의 가지 않는다. 복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의 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바람이 커질수록, 도시에서 잘 살아 남아보고 싶다는 고민이 커질수록 부딪히는 것이 공간 문제다. 작은 것들이 사라지고 다양성이 무너진 도시는 빛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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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서울 강동구 11곳, 첫 협동조합 한달여 ‘순항’
ㆍ대형 서점 맞선 자구책… 구청 책 매입 등 지원

10여년 전 서울에는 문구와 책을 함께 파는 동네서점이 547곳이었다. 이 중 순수하게 책만 파는 책방은 474곳이었다. 그러나 2013년 말 기준으로 각각 24%(135곳)와 36%(172곳)가 문을 닫았다. 서점의 대형화 바람에 밀린 탓이다. 그나마 힘든 생존경쟁을 뚫고 살아남아 있는 서점들의 수입은 대부분 월 100만원 안팎이다.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그들의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동네 서점주들은 “할인폭이 일괄적으로 10%로 통일되면 대형·온라인 서점과 경쟁해볼 만하다”는 기대도 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크지 않다. 관공서가 공개입찰을 하는 1000만원 이상의 도서는 보통 150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하는데, 취급품목에 ‘도서’를 끼워넣는 이른바 ‘유령 서점’들이 응찰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이들은 10~20%의 수수료를 떼고 낙찰 물량을 대형서점에 고스란히 넘긴다. 주유소가 낙찰받는 사례도 있다. 정가제 이후에는 할인폭에 차별을 둘 수 없게 되자 뒷돈도 오간다고 한다.

1951년 서촌에서 개업해 60여년간 운영 중인 대오서점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위기감이 커지자 서울 강동구의 동네서점들이 뭉쳤다. 대형·온라인 서점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동네서점 11곳이 협동조합을 꾸린 것이다. 서점 주인들만 모여 정식 인가를 받은 전국 첫 서점협동조합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서울 강동구 서점협동조합 곽이원 이사장은 24일 “동네서점이 사라지면 독자들이 좋은 책을 접할 기회나 선택권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며 “대기업에 맞서려면 조합으로 뭉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강동구도 지원에 나섰다. 구립도서관과 동주민센터의 작은도서관 등에서 조합의 책들을 우선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작은 서점들과 자치단체들의 공동 움직임은 이미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서울 서초구를 시작으로 종로구와 중구, 도봉구도 구립도서관과 동주민센터 등을 통해 필요한 책을 지역 내 서점에서 구입하고 있다. 종로와 도봉구 서점주들도 협동조합을 꾸리려 했으나 구청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량 외 공동으로 확보할 책수요가 많지 않아 수익성 등의 벽에 부딪혀 있는 상태다. 또 관공서에서 영세서점들은 외주를 줘 1권당 500~1000원씩 추가비용이 드는 라벨링 작업이나 추가 할인을 요구해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기도 한다.


성균관대 앞 인문사회과학책방인 풀무질의 은종복 대표는 “구청이 학교 등에 필요한 책을 지역서점을 통해 구입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학교 행정실이나 행정당국,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먼저 필요하다”며 “인문학 등 다양한 책방들이 골목상권에 다시 생겨야 참고서 중심으로 변한 서점의 정상화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