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이슈/서울이야기

홍대 문화 발원지 ‘땡땡거리’에 생긴 ‘재주를 헤아리는 마을’

by bomida 2014. 10. 26.



일주일에 한 두번은 홍대에 갑니다. 친구와 만나 밥먹고 거리를 걸어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술 한잔 하는 놀이터인데요.


처음 홍대에 다니게 된 것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98년, 벌써 16년 전이네요.(나이 강제공개;)

미대를 준비하던 친구들이 많아서 같이 놀려고 학원 근처로 가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처음 여고생들이 놀았던 곳은 홍대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 길, 미술학원 골목이었습니다.


그러다 신촌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됐죠. 지금 대학생들도 즐겨먹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때는 돼지껍데기를 그렇게 먹어댔어요; 신촌 먹자골목에서 저렴했던 가게가 몇군데 있었고 신촌에서 홍대로 넘어가는 깃찻길 옆 허름한 가게도 자주 갔는데, 바로 여깁니다!



사실 저길 다니던 시절엔 이름이 땡땡거리인 줄 몰랐어요.


지금은 경의선이 멈추면서 가게도 철거됐더라고요. 대신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찻길을 잡초와 코스모스가 뒤덮고 있습니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가보세요. 토요일은 마켓도 열리니 구경거리도 많습니다.


근데 땡땡거리 바로 진입로에까지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있어요. 홍대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공간이어서 안타까움도 큽니다.


홍대 정문, 홍대입구역 인근은 벌써 수년전부터 잘 안가게 됐고요. 지금은 상수에서 합정에서도 밀려나 망원까지 넘어가게 되네요.


제가 처음 홍대를 갈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땡땡거리에 마을이 하나 생겼어요. 이 마을이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 예술인과 상인, 주민들이 공간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네요.


재주를 헤아리는 마을, 예상촌(藝商村) 이야깁니다.



ㆍ주민들 ‘예상촌’ 만들기 실험… 토요일 장터는 북적

ㆍ공터엔 피아노 연주·풍경 그리기·공연 율동 ‘활기’

서울 마포 산울림소극장 건너편에는 작은 샛길이 있다. 와우교 아래로 옛 철길을 따라 홍대에서 신촌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지금은 폐선이 된 경의선이 다니던 시절, 기차가 사람을 불렀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이 돼지껍데기를 굽고, 배고픈 음악가들이 허름한 창고를 빌려 연습을 하던 곳이다. 기차가 올 때면 건널목에 차단기가 내려지고 “땡땡” 소리가 울린다고 해서 ‘땡땡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기차가 멈추고 폐선로가 걷히면서 가게들이 철거됐다. 땡땡 소리가 그치면서 사람도 뜸해졌다.

이곳은 음악·미술로 대표되는 홍대 문화의 발원지 중 한 곳이다. 국내 인디밴드 1세대들이 머물렀고 독립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대형 음식점들이 들어서 상업화된 홍대 인근에서 그나마 옛 색깔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지난 25일 땡땡거리가 분주해졌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땡땡거리마켓’ 장터가 섰다. 상인들이 저마다 팔 것을 가지고 나와 열댓 개 자리를 깔았다. 옷과 아이들 장난감, 양초, 직접 구운 쿠키도 등장했다. 장이 서자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골목은 왁자지껄해졌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길의 예상촌에서 지난 7월19일 땡땡거리마켓이 열리자 상인과 시민들로 거리가 북적거리고 있다.

 | 예상촌 페이스북


행정구역상 와우산로 32길인 땡땡거리의 주민들은 이곳을 ‘재주를 헤아리는 마을’이란 의미를 붙여 ‘예상촌(藝商村)’이라고 부르고 있다.

주민들이 예상촌 만들기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것은 경의선 선로가 사라진 공터에 풀이 자라나고 꽃이 피었던 올봄부터다. 공터가 생기자 한 음악가는 풀밭에서 피아노를 가져다 연주를 했다. 도화지를 가지고 나온 화가가 꽃이 핀 풍경을 그렸고, 몸짓 공연가들도 율동을 했다.

옛 기찻길에 조성된 공터는 주민들에게는 뒤뜰이기도 하다. 거주민들의 생활공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밴드들은 마이크와 앰프를 켜지 않고 기타 연습을 하고 보컬들은 생목으로 노래를 불렀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던 주민들도 이제 누군가 헤르만 헤세의 <방랑>을 읽으면 의자를 들고나와 한 시간 동안 같이 듣는다. 20~30년간 이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은 역시 거리에 활력이 돌아오는 것이 반가웠다. 그래서 마을의 대표인 주민촌장과 상인촌장, 예술인촌장을 뽑아 같이 마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예술인촌장인 초원은 “상인과 주민, 건물주들과 예술가들이 행정적인 동네 대신 ‘예상촌’이라는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보려는 것”이라며 “정부 지원 없이 스스로 노력해서 공공의 부를 만들어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첫 작품은 땡땡거리마켓이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포스터를 만들고 상인들은 가게 앞에 공간을 내 양파잼과 간장새우 등을 내놨다. 주민들은 마켓을 여는 토요일에는 길가에서 차를 옮겨 다른 곳에 주차를 했다. 넉 달째 마켓을 이어가자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겨울에는 큰 천막을 만들어 영화제와 공연을 열고 내년 봄부터는 마을축제를 열어 수익사업에도 나설 생각이다. 이들은 비정기적인 공간반상회를 열어 신규 상인들과 만나고 서로 간의 이야기도 나눈다. 밤새 손님과 관객들을 기다리고 아침이면 잠이 들기 때문에 새벽녘에 모이기도 한다.

앞으로 예술가 한 팀과 가게 한 곳이 짝을 이루는 1예(藝)1상(商)1촌(寸)도 맺어 상인들이 원하면 노래나 그림을 배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초원은 “거대자본에 밀려나 홍대 색깔을 잃고 있지만, 옛 모습이 혼재돼 있는 예상촌만큼은 지켜보려는 것이 이곳 예술가들과 주민, 상인들의 바람”이라며 “홍대가 좋아 이곳에 터를 잡았고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살고 싶은 것이다. 주민들이 같이 수입을 만들고 나눠 자립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