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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서울이야기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만드는 사람들 “추위보다 더위가 적” “문화 지킴이 자부심 커”

by bomida 2014. 10. 25.



ㆍ군인·군악대에 통역 등 총 69명

ㆍ키 175㎝ 이상, 강한 체력 필수
ㆍ정규직… “알바로 오해 마세요”
ㆍ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의복, 무기, 깃발

“수문장팀을 ‘알바’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말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죠. 하다 보면 역사를 재연하는 문화지킴이라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정영근씨(43)는 2007년부터 수문장 교대의식을 맡고 있다. 현 출연진 중 최장수 ‘군인’이다. 정씨는 “외국에 우리 문화를 알린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며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다가 재미를 느껴 수문장 재연에 계속 참여하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서울시가 처음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을 시작한 1996년에는 시 공익요원들이 역할을 맡았다. 연기 전공자도, 자발적 참여도 아니어서 초창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후 정규직원들이 군인역을 맡은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아르바이트생이나 공익요원들이 임시로 맡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대한문 앞에 서 있는 수문군에게 주차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도 있다.

교대식에 출연하는 이들은 수문장을 포함해 수문군(守門軍)·기수군(旗手軍) 등 군인이 45명, 군악기를 연주하는 취타대(吹打隊)가 15명이다. 이들 곁에서 진행을 돕고, 영어·일본어·중국어로 통역을 하며 분장을 돕는 인력이 7명이다. 총연출, 조연출까지 하면 총 69명이 동원된다. 역할은 수문장(守門將)과 수문군, 기수군과 참하(參下), 궁문의 열쇠를 보관하던 사약과 승정원 주서(注書)가 있는데, 2주씩 배역을 돌아가면서 맡는다. 취타대는 국악 전공자들이다.


이들 중 통역 두명과 분장사 1명를 빼면 전부 남자다. 조선의 군대 역할이니 어쩔 수가 없다. 수염을 붙이고 군복을 입고 출연하기 때문에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 평균 연령은 25세이지만 55세 출연진도 있다. 키는 175㎝ 이상으로 모두 큰 편이다. 군인인데다 관람객들과 사진도 같이 찍어야 하니 신장에는 제한이 있다.


체격 조건이 좋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수문군과 기수군들이 들고가는 무기인 월도(月刀)와 주장(朱杖), 수장기(守將旗) 등 각종 깃발들의 무게는 2~5㎏까지 나간다. 특히 깃발은 바람이 센 날에는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다. 얼마 전 키가 185㎝에 미스터코리아에도 출전한 장정 한 명이 신입 출연진으로 지원했다가 하루 만에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무기들을 들어보고는 무겁지 않다며 얕보고 종각까지 깃발을 들고 순라(巡邏)를 따라갔다가, 절도를 잡기는커녕 휘청이며 겨우 돌아와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 시간 가까이 밖에 있어야 하는 이들에게 더위와 추위는 가장 큰 복병이다. 그래도 추운 것이 더운 것보다는 낫단다. 겨울에는 안에 속옷을 끼어입고 군복, 기수복 위에 갑옷도 덧입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여름 땡볕 더위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여름용 복식이 얇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갖춰 입어야 할 의상이 이미 여러 벌이다. 입은 바싹 마르고 두꺼운 군화 속 발은 타는 것 같다. 34도까지 올라가는 여름 날씨에는 땀으로 옷이 흠뻑 젖을 정도다. 냄새가 난다며 항의하는 관람객도 있다.

검은 군북인 흑철릭을 입은 연출 담당자 모습. 서성일 기자 


고증을 바탕으로 만든 수문장 교대식이지만 역사에는 없는 인물이 1명 있다. 교대식 내내 대한문 입구에서 검은 군복인 흑철릭(黑天翼)을 입고 있는 김관영씨(45·사진)다. 행렬 앞에서 길을 트는 등 현장 연출을 담당하고 있지만 공연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선시대 호위무사가 입는 복식을 갖춰 입고 있다.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의복


 동절기에 군인들이 위에 덧입는 갑주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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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