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안전 등 4가지 조건 위반 땐 취소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임시사용을 승인했다. 롯데가 사용을 신청한지 4개월 만이다. 롯데는 2~3주간 영업 준비를 마쳐 이달 내 문을 열 예정이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2일 기자설명회를 갖고 “(지난달)시민 대상 사전개방(프리오픈) 기간에 추가 안전 점검을 하고, 관련 부서·기관과 2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자문단의 검토를 거쳤다”며 “기술·공학적으로 건물 자체 안정에 문제가 없다는 공통 의견이 나와 조건부 승인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부시장은 “이미 입점업체와 종사자 선발이 완료돼 (승인 지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석촌호수 수위변화, 교통문제 개선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다시 점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에게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서울시는 롯데에 승인을 통보할 때 승인을 위해 이행해야 하는 조건과 따르지 않을 경우 승인취소도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요구하는 내용은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 안전과 저층부 시설 이용객들로 인한 교통문제 관리, 석촌호수 대책과 건물 자체의 안전성 유지 등 4가지다.
우선 롯데는 123층짜리 고층 타워동을 짓는 과정에서 자제들이 떨어져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망을 추가로 설치하고 폐쇄회로(CC)TV와 방송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문제는 주차 예약제와 주차요금 완전 유료화로 잠실사거리 정체 등을 해결하도록 노력한 뒤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시가 주차장 폐쇄 조치를 할 계획이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시속 10㎞ 이하로 차량 속도가 떨어지거나 교통량이 억제 목표치를 넘으면 2부제 등을 시행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주차장은 폐쇄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석촌호수와 해당 지역 지하수 흐름에 대한 연구는 내년까지 용역을 통해 진행한 뒤 롯데 공사가 원인으로 나오면 롯데가 책임을 지게할 방침이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도로함몰 등의 추가 피해가 발생해 원인이 롯데로 밝혀지면 롯데측에 보상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 일지>
1995년 11월 롯데, 도시설계안 송파구 제출(지상 100층, 높이 402m)
1998년 5월 송파구, 롯데 건축허가(지상 36층, 높이 143m)
2006년 4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지상 112층, 높이 555m)
2007년 7월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 고도 제한 결정
(국방부·공군 반대로 203m 제한)
2009년 1월 행정안전부,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3도 변경 결정(공군, 롯데 비용분담)
3월 총리실 조정위 고도제한 철회(555m 허용)
2010년 11월 롯데, 건축허가 변경 신청(지상 123층, 높이 555m)
2013년 11월 서울시, 건축허가 변경 승인
2014년 6월 롯데, 저층부 임시사용승인 신청
7월 서울시, 롯데측에 교통 등 보완조치 통보
8월 롯데, 보안대책 제출
9월 서울시, 열흘간 시민에게 건물 공개 후 결정 방침 발표
10월 서울시,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승인
서울시는 건물 자체에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거나 영업을 시작한 뒤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롯데가 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거나 건물 사용금지, 임시사용 승인 취소 등 조치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은 “개장을 준비하는데 2~3주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통난ㆍ안전문제 등 ‘숙제’ 여전히 남아
ㆍ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 '조건부 승인' 논란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임시개장 승인을 내줬지만 개장 후에도 교통난과 싱크홀 등 안전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2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개장을 허가하면서 공사장 안전, 교통, 석촌호수 주변 안전, 건축물 안전 등 4개 분야 대책을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잠실역 일대 교통난’과 ‘석촌호수 수위저하 및 주변 지반침하’ 문제이다.
이미 서울시가 대한교통학회에 의뢰한 교통영향평가 결과 제2롯데월드 저층부가 개장한 뒤 2~3개월 동안 저녁 시간대에 잠실역 일대를 통과하는 차량들의 통행속도가 평균 시속 10㎞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속 10㎞ 이하면 ‘교통혼잡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심각한 교통체증 상태다. 분석 결과 저층부가 정상영업을 시작하면 평일 하루 3만7489대, 휴일 5만7066대의 차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제2롯데월드 주변을 오가는 차량의 1.2배(평일)~1.8배(휴일) 수준이다.
서울시는 자가용 차량의 진입를 억제하기 위해 사전예약 차량(1시간당 700대)만 제2롯데월드 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주차요금도 완전 유료화를 한다. 이러한 대책을 시행해도 주변 교통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되면 차량 부제 시행 더 나아가 주차장 폐쇄까지 하기로 롯데 측과 합의했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가 먼저 문을 열면 잠실역 사거리 교통량이 기존보다 120% 늘어나는데 수요억제 대책을 시행하면 13%포인트를 줄일 수 있다”면서 “늘어나는 7%를 기준으로 추가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천변 동쪽 도로 확장공사,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도로개설, 송파대로 지하 버스환승센터 등 큰 차원의 대책이 완성되지 않아 교통 문제가 지속적인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주변 싱크홀 발생의 원인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최근 발생한 석촌호수 주변 5곳의 도로 함몰과 석촌지하차도 하부 동공은 제2롯데월드 공사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향후 연구에서 석촌호수 수위 저하가 공사와 관계있다는 결론이 나면 즉시 대책을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가 맡긴 연구용역 결과는 내년 5월에야 나온다.
또 임시개장을 해도 123층짜리 타워동은 공사를 계속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우려도 남아있다. 서울시는 낙하물 방지 등 안전대책을 시행하도록 하고, 지속적인 점검을 하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 위험이 커지면 임시사용을 취소할 수도 있다.
이러한 대책에도 시민사회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송파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규탄 성명을 내고 “시민들에게 검증의 책임을 떠넘긴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각종 우려들이 무엇 하나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사용 승인을 내줬다”면서 “서울시의 결정은 특정 대기업의 이익 앞에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송두리째 내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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