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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서울이야기

가리봉동 ‘다문화 동네’로 도시재생

by bomida 2014. 9. 16.


ㆍ노후 주택·기반시설 개선

ㆍ‘벌집촌’은 체험거리 조성

1970년대 구로공단 여공들의 보금자리였던 가리봉 일대가 뉴타운 대신 도시재생 사업으로 정비된다. 서울시는 구로구 가리봉동의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을 해제한 뒤 노후된 주택과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골목길 등의 안전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이 지역은 2003년 촉진지구로 지정돼 전면철거한 뒤 구로디지털단지 등 주변과 연계한 ‘디지털비즈니스시티’로 개발될 예정이었지만, 주민 간 갈등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10년간 방치돼왔다. 재개발로 건물이 사라지면 임대소득원이 사라진다며 주민들이 반발해왔고, 땅값도 4배 가까이 올라 토지보상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개발이 미뤄지면서 동네는 슬럼화됐고 치안도 악화됐다. 주변에 공원이 1곳도 없는 데다 주민센터, 문화시설도 전무한 상태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주택도 2003년 16.5%에서 지난해 절반(48.9%)으로 늘었다. 서울시가 구로구와 합동점검에 나선 결과 재개발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올 2월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투자비 110억원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사업을 포기한 뒤 주민 의견 수렴이 본격화됐다. 주민 32%가 사업추진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뉴타운 전체 계획이 취소된 것은 창신·숭인 지구에 이어 두 번째다.

비좁은 쪽방들이 들어선 가리봉동의 ‘벌집촌’은 지금은 일용직 노동자들의 안식처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전체 주거지의 24%에 달하는 벌집촌에는 싼 임대료를 찾아온 중국 조선족 노동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2002년 246명이던 조선족 주민은 2012년 6625명으로 전체 가리봉 인구(2만명)의 30%까지 늘었다.


서울시는 이런 지역 특성을 감안해 다문화가 어울리는 동네로 만들 계획이다. 중국동포시장, 연변거리상가와 연계해 차이나타운을 조성하고 골목을 정비하는 식이다. 공단 노동자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벌집촌은 체험거리로 만들어 보존한다. 구급차가 지나갈 수 없는 폭 4m 이하의 도로가 65%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보행 문제를 해결하고, 노후주택 및 기반시설 재정비를 위한 투자도 시작한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가리봉 지구가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치안도 악화됐다”며 “시와 구로구, 지역 주민과 조선족 거주자들이 함께 동네의 밑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