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찾은 성미산마을은 야트막한 야산을 끼고 있는 평범한 서울의 한 동네였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을을 일궈온 흔적들이 엿보인다. 주민들이 직접 차린 학교와 가게, 어린이집들이 마을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날 경기 안산시에서 견학을 위해 방문한 주민 50여명이 골목을 돌며 마을 공동체의 20년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성미산은 지난 20년간 공동육아→대안학교→마을기업으로 확장해오면서 도시 마을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주민들이 공간을 공유하는 전통적 마을 대신 가치관을 공유하는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 마을’을 만들어낸 것이다.
▲ 바른 먹거리 위한 ‘생협’ 등 다양한 마을기업 함께 일궈
가치관 공유하는 ‘이웃’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체
‘폐쇄성’ 등 한계 지적도
20년 전 출발 당시나 지금도 마을의 원동력은 ‘아이를 잘 키워보자’는 주민들의 열망이다. 국토연구원이 2012년 주민 3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성미산에 이주한 동기에 대해 절반 가까운 주민들이 자녀 교육·육아(44.5%)라고 답했다. 2004년 개교한 성미산학교에 주민 절반(51.8%·설문조사 기준)이 자녀를 보낸다. 다른 학교를 다니더라도 성미산학교의 방과후 교실이나 마을 배움터에서 ‘성미산식 교육’으로 하교 이후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은 전체 아이들 중 43.8%이다.
어린이집을 구심으로 형성된 성미산마을에서 몇 년 뒤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가 탄생했다. 학원 대신 부모가 직접 나서거나 교사를 고용해 방과후 교실을 차렸다. 아이들이 배운 성과를 어른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마을축제도 열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성미산 지키기’ 운동도 아이들을 키우는 터전을 망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10여개 마을기업도 아이를 키우면서 생긴 것이다. 아이들에게 유기농 음식을 먹이기 위해 12명의 엄마들이 조합비를 내
2003년 ‘두레생협’을 만들었다. 지금은 서울 각지 85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유기농 반찬을 필요로 하던 ‘직장맘’들이 ‘동네부엌’을
차렸고, 아토피가 심한 아이가 먹을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곳이 주민 쉼터인 ‘작은나무’ 카페가 됐다. 마을기업들은 주민들의 공유 공간이 되면서
마을을 이끄는 또 다른 축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시립대 정석 도시공학과 교수는 “마을 만들기는 도덕적이고 고상한 작업이라기보다는 사실 철저히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가치관 공유하는 ‘이웃’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체
‘폐쇄성’ 등 한계 지적도
20년 전 출발 당시나 지금도 마을의 원동력은 ‘아이를 잘 키워보자’는 주민들의 열망이다. 국토연구원이 2012년 주민 3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성미산에 이주한 동기에 대해 절반 가까운 주민들이 자녀 교육·육아(44.5%)라고 답했다. 2004년 개교한 성미산학교에 주민 절반(51.8%·설문조사 기준)이 자녀를 보낸다. 다른 학교를 다니더라도 성미산학교의 방과후 교실이나 마을 배움터에서 ‘성미산식 교육’으로 하교 이후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은 전체 아이들 중 43.8%이다.
어린이집을 구심으로 형성된 성미산마을에서 몇 년 뒤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가 탄생했다. 학원 대신 부모가 직접 나서거나 교사를 고용해 방과후 교실을 차렸다. 아이들이 배운 성과를 어른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마을축제도 열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성미산 지키기’ 운동도 아이들을 키우는 터전을 망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서울 마포구 성산1동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 만든 카페 ‘작은나무’. 아토피가 심한 아이에게 먹일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곳이
주민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 서성일 기자
성미산 주민들은 아이를 같이 키우거나 마을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체성이 형성된다. 마을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가할수록 주민이라는 자각이 높아진다. 마을 운영위원장 양희경씨는 “성미산마을은 500~700가구, 1000명에서 최대 2000명 정도지만 마을 축제 참가 인원은 700~1000명, 준비 인원은 200~300명”이라며 “참여 정도를 기준으로 하면 마을의 규모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학교와 마을기업을 만들었던 경험은 주민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놓았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용기도, 같은 길을 걸어온 인생 친구들도 얻었다. 마을축제를 통해 문화를 공유한 부모들이 밴드와 풍물패를 만들어 활동한다. 만족스러운 노년 생활을 일구려는 움직임이 다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성미산이 도심 마을의 대안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가치관이 다른 주민이나 청년층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마을살이가 길어질수록 폐쇄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적 기업인 두꺼비하우징의 이주원 대표는 “성미산만의 독특한 20년 역사를 다른 지역의 마을 만들기에 적용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소수 활동가 주도? 특정 지역에 한정?…
성미산에 대한 오해
ㆍ① 소수 활동가 주도?… 다양한 구성원들의 합의 필수
ㆍ② 특정 지역에 한정?… 타지역 주민에도 생협 등 개방
성미산 마을은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다른 점들도 적지 않다. 활동가들만 모여 있다거나 구나 동처럼 행정적으로 구분돼 있다는 오해도 받는다.
처음 사람들이 모인 것은 공동육아를 위한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1991년 숙명여대 이기범 교수를 비롯해 대학 강사와 신문·방송기자 등 행동력이 있는 일부 직종이 주축이 된 것은 맞다. 마을 주민들도 대다수는 경제·문화적 자본을 갖췄다. 주민 중 대졸자가 68.6%, 대졸 이상(석·박사)이 21.6%로 교육 수준이 높다. 월 40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 가구도 전체의 46.1%나 된다. 시립대 정석 도시공학과 교수는 “성미산에서 마을기업이 다양하게 꾸려질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재주를 가진 구성원들이 능력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평범하다기보다 엘리트나 강한 의지를 가진 이들이 구심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수가 마을을 이끌지는 않는다. 주민들이 돈을 투자한 마을 기업과 협동조합은 10원을 쓰더라도 합의가 이뤄져야 집행할 수 있다. 20년간 경험에서 암묵적인 ‘룰’도 생겼다. 뭔가 하고 싶고 바꿔보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지 누구에게 말해서 되는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끝장토론을 하되 싸움날 것 같다 싶으면 그만둬야 한다. 계속 얼굴 봐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ㆍ② 특정 지역에 한정?… 타지역 주민에도 생협 등 개방
성미산 마을은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다른 점들도 적지 않다. 활동가들만 모여 있다거나 구나 동처럼 행정적으로 구분돼 있다는 오해도 받는다.
처음 사람들이 모인 것은 공동육아를 위한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1991년 숙명여대 이기범 교수를 비롯해 대학 강사와 신문·방송기자 등 행동력이 있는 일부 직종이 주축이 된 것은 맞다. 마을 주민들도 대다수는 경제·문화적 자본을 갖췄다. 주민 중 대졸자가 68.6%, 대졸 이상(석·박사)이 21.6%로 교육 수준이 높다. 월 40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 가구도 전체의 46.1%나 된다. 시립대 정석 도시공학과 교수는 “성미산에서 마을기업이 다양하게 꾸려질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재주를 가진 구성원들이 능력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평범하다기보다 엘리트나 강한 의지를 가진 이들이 구심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수가 마을을 이끌지는 않는다. 주민들이 돈을 투자한 마을 기업과 협동조합은 10원을 쓰더라도 합의가 이뤄져야 집행할 수 있다. 20년간 경험에서 암묵적인 ‘룰’도 생겼다. 뭔가 하고 싶고 바꿔보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지 누구에게 말해서 되는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끝장토론을 하되 싸움날 것 같다 싶으면 그만둬야 한다. 계속 얼굴 봐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마을의 중심은 어린이집과 성미산 학교가 위치한 서울시 마포구 성산1동이지만 방과후 교실에는 인근 망원동과 서교동 일대 아이들도 다닌다. 성미산이 만든 두레생협 조합원은 서대문구부터 중랑구까지 걸쳐 있다. 20년 전 성산1동에 가장 먼저 터를 잡았던 1세대 주민들 중 퇴직 후 도심 생활비가 부담이 돼 귀농한 경우도 많다. 강원도 원주와 평창, 홍천 등으로 떠난 이들도 ‘성미산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귀농해 일군 농작물을 성미산 두레생협에 납품하거나 귀농마을을 성미산 아이들의 현장학습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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