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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서울이야기

서울시 “석촌 동공, 지하철 공사 부실 탓”…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 수순? 주민·시민단체 “허가 땐 공익소송”

by bomida 2014. 8. 28.

ㆍ전문가 조사단 발표… “제2롯데월드와 무관”

ㆍ9호선 공사장 토사 배출 설계보다 14% 많아
ㆍ서울 전역 도로 함몰은 노후 하수관이 원인

서울시가 송파 석촌지하차도 주변에 잇따라 동공(洞空·텅 비어 있는 굴)이 생긴 것은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부실 공사와 관리 소홀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인근의 제2롯데월드 공사는 동공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도로함몰 원인조사·특별관리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도로함몰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삼성물산의 지하철 9호선 3단계 쉴드터널공사로 결론 지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석촌지하차도 동공은 제2롯데월드와 무관

석촌지하차도 동공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서울시 전문가 조사단의 박창근 단장(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공사가 지하차도 밑 충적층(모래와 자갈층)에서 특별관리가 필요하다고 사전에 알고 대응법도 마련했으나 실제 공사에서는 토사량 관리 등 조치가 미흡해 동공이 생겼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7개 동공(1개는 싱크홀) 모두가 충적층 지하에서 발생했으며 지하철 공사 때 나타나는 쐐기형으로 함몰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지하철 터널용 굴을 뚫는 실드 기계가 멈춘 위치를 중심으로 형성된 점도 확인했다.

조사단은 지하철 공사장에서 설계보다 14%가 많은 토사량이 배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의 김형 부사장은 “서울시 발표 내용을 존중해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복구하겠다”며 “(삼성의) 공사 구간에서 발생한 동공으로 불안을 초래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제2롯데월드 공사는 이 지역 지하수의 흐름상 석촌 동공과 관련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롯데 공사장과 9호선 공사장은 석촌호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변 지역 불안감이 계속되는 데 따라 석촌호수 수위 저하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내년 5월까지 결론을 내놓을 계획이다.

■ 노후 상하수도관이 도로침하·싱크홀 주원인

서울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도로함몰·싱크홀(땅이 푹 꺼지는 현상) 등 지반침하 사고는 대부분이 노후 하수관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마다 평균 681건의 크고 작은 도로함몰이 생기는데 이 중 85%가 하수관로 손상으로 물이 새나오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특히 지하에 매설된 하수관로가 1만392㎞에 달하지만 이 중 20년 이상 노후된 하수관로가 2010년 54.5%에서 지난해 73.3%까지 늘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또 최근 동공이 빈번하게 발견된 송파·잠실은 과거 한강이 흘렀던 충적층 지대라 하수관로 누수나 지하수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2010년 이후 서울에서 일어난 도로함몰의 31%가 송파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송파에서는 연간 200건의 도로함몰이 발생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서울시는 노후 하수관로 5000㎞를 2021년까지 특별점검하기 위해 내년 관련 예산을 1000억원 이상 늘리고 증액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 지질도와 지하시설물 단면도를 합쳐 도로함몰지도를 만들고 충적층이 많은 송파·영등포는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공 무관’ 발표에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 기대감 높아…주민·시민단체 “허가 땐 공익소송”


서울시가 28일 송파 일대 동공·싱크홀이 제2롯데월드 공사와 연관성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최근 가장 큰 갈등을 빚은 올림픽대로 지하화에 대해 서울시안을 전면 수용했다. 당초 롯데는 하부도로 미연결 구간 1.12㎞ 중 잠실역 사거리를 지나는 520m 구간만 지하화 공사를 진행한 뒤 기부채납키로 했다. 하지만 인근 새 도로가 생기면 주민들이 쓰던 운동시설들이 없어지는 데다 교통량이 급증한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시는 잠실주공5단지에서 장미아파트 뒷길까지 전 구간 지하화를 요구했다.

공사비가 480억원에서 1100억원대로 2배 넘게 늘어 난색을 표했던 롯데가 이를 수용한 데다 석촌지역 동공과 공사가 관련이 없다는 점이 판명되면서 임시사용 승인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임시개장에 따른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자원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롯데와 관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송파, 잠실 지역의 안전관리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말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오늘 발표가 조만간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을 허가하기 위한 수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회균 협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미 포화상태인 잠실역 인근 도로는 주말이면 기능을 잃어 시가 주차장 폐쇄, 배송 금지 등 내놓을 대안이 다 지켜져도 교통혼란을 줄이기는 힘들다”며 “교통혼잡비용과 연료낭비 등 사회적 비용도 있지만 대기오염도 상당히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석촌호수로의 레이크팰리스 입주자들과 참여연대 등은 제2롯데월드의 임시사용 승인이 허가될 경우 공익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향후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발생될 도로 상습 정체와 공기오염 등에 대해 주민들이 배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볼 것”이라며 “공공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물들을 만들 때 시민안전영향평가를 도입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