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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서울이야기

서울시, 기존 상인들 쫓아내는 ‘재건축식’ 전통시장 정비 못한다

by bomida 2014. 8. 6.

ㆍ‘주상복합’ 들어서면 임대료 올라 재입점 5% 불과

ㆍ무분별한 개발에 제동… 시설 현대화로 상권 보호

서울시가 전면 철거를 통한 ‘재건축식’ 전통시장 정비사업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시설 개선을 명목으로 해왔던 개발이 정작 원주민 상인은 쫓아내고 주상복합건물만 들어서 기존 상권을 없애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5일 “토지 소유주(5분의 3 이상) 동의만 있으면 가능했던 시장 정비사업에 대해 서울시의 자체 기준을 만들어 승인을 불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미 활성화된 시장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시설 현대화로 상권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시장의 기반시설과 위생 상태, 빈 점포 개수, 임대료 변화 추이, 소비자 만족도 등을 도시계획위원회가 총체적으로 따져 상권이 활성화돼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철거형 개발을 막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시장 노후도가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주요인이지만 안전 위험도가 큰 곳을 제외하고는 시설 보강을 통한 시장 현대화 사업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전문가 자문을 받아 연내 심의기준안을 만들어 내년 조례 개정 및 법령 개정 건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2012년 8월5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상인들이 선풍기로 더위를 피하며 장사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시장 정비사업은 전통시장특별법에 따라 상업기반시설이 낡아 안전 문제가 있거나 대형마트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어진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서울에 있는 212개 전통시장 중 1996년부터 지금까지 48곳에 대해 사업이 완료됐다. 문제는 이 중 83%에 이르는 40개 전통시장 자리에 고층 주상복합건축물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 비용을 조달하기 때문에 주택분양으로 수익을 내려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 사업은 새 건물의 넓이와 층수 제한이 일반구역보다 약하고, 취득·재산세나 과밀부담금 경감 혜택도 있어 개발이 과하게 이뤄졌다. 대부분 2~3층의 낮은 상가가 많은 옛 전통시장터에 사업 대상 건물만 10층 이상의 고층으로 올라서다보니 일조·조망권 갈등까지 생겼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신축건물에는 3000㎡ 이상인 대규모 점포(판매시설)를 확보해야 하는데, 대부분 대형마트와 같은 대형점포 한 곳만 들여놓고 주택량을 늘리기 때문에 기존 상권은 유지되기가 힘들다.

실제 서울시내에서 2008년 이후 정비사업이 진행된 시장의 상인 재정착률은 5.6%에 불과한 실정이다. 483명 중 27명만이 기존 시장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면 철거한 뒤 재건축 공사까지 마치려면 2~3년간 영업이 불가능해 사업이 시작되면 다른 곳으로 영업장을 옮기는 상인들이 많은 것도 원인이지만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임대료가 크게 오르기 때문에 대다수는 재입점이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아직 사업이 논의되지 않은 123개 전통시장 역시 이 같은 무분별한 개발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또 정부가 전통시장법을 개정해 전통시장이 아닌 대규모 점포에 대해서 시장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강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 개정안은 사실상 모든 도시계획시설을 철거형 정비사업의 대상으로 하게 된다”며 “안전 문제가 있거나 시설 미비는 현대화 사업을 하되 시장 틀은 유지시켜 전통시장 상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