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뉴스 깊이보기

[세계] 내전 3년, 시리아는 병들고 있다

by bomida 2014. 3. 24.

전쟁 전에 시리아는 어디에나 약국이 있고, 진료비나 약값도 저렴해 치료받는 게 쉬웠다. 그러나 지금은 소독제, 마취제도 없다. 모든 의료체계가 무너졌다.

시리아에 전쟁이 발발한 지 지난 15일로 만 3년이 됐다. 전체 인구 2250만명 중 300만명 가까이 총탄을 피해 국경을 넘었고, 650만명은 국내에서 집을 잃고 떠돈다. 중동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품었던 시리아가 3년 만에 세계 최대 난민국이 됐다.

끝 모를 전쟁은 이미 시리아의 한 세대를 붕괴시켰다. 유엔은 550만명의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집계했다. 최소 7000명 이상의 아이들은 전쟁통에 죽었고, 소년들은 전쟁에 끌려가 인간방패가 되기도 한다. 

3만8000명의 새 생명은 난민촌에서 태어나 한 번도 고국에 가보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잔인한 폭력에 노출돼 정신적·신체적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병원은 파괴되고 의사들은 외국 떠나
전세는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져 전쟁에서 성역으로 불리는 학교와 병원, 의료진까지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는 교전 중 다친 아이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죽는 비극을 낳는다. 

한 시리아 소년이 아버지가 운영하던 약국에서 텅빈 진열대를 바라보고 있다. /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시리아 내 병원은 60%가 파괴됐다. 주요 보건시설도 38%가 사라졌다. 의사는 절반 이상 피란길에 올라 나라를 떠났다. 

인구 500만명이 살았던 북부 대도시 알레포는 이제 150만명의 주민만 남았고 의사도 6000명 중 250명만이 남았다고 인권의사회가 전했다. 표적 사살되거나 수감된 의료진들도 많다. 소아마비 예방운동을 하던 의사 무함마드(가명)는 지난 1월,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방문 진료를 가던 도중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잦은 공격을 받자 의료진들은 기존 병원을 버리고 일반 가정집을 임시 치료소로 쓴다. 거실에 수술실을 꾸리고, 휴대전화로 불빛을 만들어 수술도 한다.

그러나 숙련된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응급진료가 가능한 의사는 시리아 공공병원에 0.3%만 남아 있다. 타흐센(가명·26)은 의대를 졸업한 지 1년밖에 안 된 초보의사지만 전공 분야가 아닌 조치를 포함해 벌써 수백 건의 수술을 했다. 

시리아 북부 한 마을에 위치한 작은 병원. 전쟁 전에는 평범한 가정집이었으나 지금은 임시 병원이 됐다. 

/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그가 일하는 임시병원은 그래도 4명의 의사가 있어 의료진이 많은 편이다. 간호사 아나스(가명·27) 역시 가정집을 개조한 임시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접수대와 수술실 3개가 있지만 온전한 병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는 “심하게 다친 어린 여자아이가 응급치료를 받으러 왔었는데 장비와 약이 없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죽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얼굴이 가슴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서른도 안 됐지만 그는 병원에서 최고 연장자다.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전쟁 전에 시리아는 어디에나 약국이 있고, 진료비나 약값도 저렴해 치료받는 게 쉬웠다. 지금은 소독제, 마취제도 없다. 모든 의료체계가 무너졌다. 전쟁이 끝나도 복구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시리아의 의료는 중동에서도 평판이 좋았고 의대도 명성이 높았다. 의약품의 90%를 국내 공장에서 만들고 50개 나라로 수출도 했지만 지금은 의약품 생산이 70%나 줄었다. 3년 내전으로 의료수준은 수십년 후퇴한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9월까지 조사한 결과 시리아 내전으로 총 57만5000명이 다쳐 장애를 갖게 됐다고 발표했다. 부상자 중에 아이들은 대부분 총격이나 폭격으로 심한 화상을 입거나, 여러 곳이 골절돼 온다. 

한 의사는 “심한 화상과 골절로 온 아이들은 복합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여기서는 방법이 없다”며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팔, 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깨끗한 물도 없다. 그나마 상처를 감쌀 붕대도 살균처리가 불가능해 감염의 위험이 크다.

전쟁 전부터 암이나 천식, 신부전 등 지병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열두 살 소년 마젠(가명)은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다.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내전이 터진 후에는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까지 가려면 수차례 검문소를 거치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약한 체력이 버티질 못한다. 도로에서 언제 공격을 받을지 몰라 안전을 장담할 수도 없다. 증세 악화를 막으려면 영양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하지만 지금은 채소나 과일을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사망 어린이 늘고 산모·신생아도 위험
투석과 수혈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 역시 속수무책이다. 간신히 운영 중인 병원에도 혈액을 저장할 냉동고나 혈액형을 검사할 장비가 없다. 그래서 맞지 않는 혈액을 수혈받아 죽기도 한다. 

혈액 여과기를 돌릴 전기가 없어 사람 간 직접 수혈을 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하루 6시간씩 일주일에 5~7번씩 투석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들도 전력난에 투석기를 돌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시리아의료지원기구는 만성질환자 20만명이 약처방과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리아의료원조기구연합은 투석환자 5000명과 암환자 7만명이 방치돼 있다고 집계했다.

90%가 넘었던 예방접종률도 급격히 떨어지면서 막을 수 있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어린이들도 늘고 있다. 2012년 1년간 시리아 전역에서 홍역을 앓은 어린이는 2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월 첫째 주에만 7개 지역에서 84명이나 나왔다. 

모든 행정이 마비된 시리아는 마을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고 물은 항상 부족하다. 위생시설도 파괴돼 피부병을 앓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특히 기생충으로 옮는 중동지역의 풍토병인 ‘리슈마니아증’은 이미 10만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지만 현재 시리아에선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3년간 계속된 전쟁은 산모들과 신생아들의 목숨도 앗아갔다. 엄마들은 산전 검사도 받지 못한 채 출산과 몸조리를 불안 속에서 해내야 한다. 전쟁 전 시리아는 산모 96%가 산전 진료를 받을 정도로 산부인과가 잘 운영됐던 곳이다. 그러나 이제 산부인과는 4분의 1 정도만 남았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엄마들은 원치 않는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갑자기 진통이 왔을 때 문을 연 병원을 찾기도 힘들고 있어도 방도가 없다. 시리아 병원들이 운영했던 구급차는 93%가 공격을 받아 부서지거나 도난을 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탓에 날짜를 정해 낳는 비율은 19%에서 지난해 45%까지 늘었다. 정부군이나 반정부군의 봉쇄정책으로 포위된 도시에서는 75%에 이른다. 과다출혈 등에 대비할 방도도 없지만 산모들에게 선택권은 없다.

조산한 아이들은 호흡 곤란을 겪거나 저체중인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의 집중 치료에 필요한 인큐베이터는 전력이 끊기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또 태어난 직후 4~6시간은 보온이 필요한데 보온장비 없이 담요만으로 아이를 감싸다 보니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지 못해 아이가 죽기도 한다. 

막내를 조산한 사미라(가명·28) 역시 아이를 생후 2시간 만에 잃었다. 그의 남편은 전쟁 중에 죽었고 4명의 아이들과 마을을 떠나왔다. 막내를 가진 지 5개월째 되던 때다. 

간신히 난민촌에 도착했지만 7개월 만에 산통이 왔다. 병원도, 의료진도 없이 다른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았지만 저체중인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넣지도 못한 채 떠나보냈다.


세이브더칠드런 ARS 모금 060-700-1233 문의전화 02-6900-4400

(여기를 누르시면 후원 페이지로 가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