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변국 압박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0일 아베 내각이 추진하는 고노담화 검증이 담화 수정을 전제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 “고노담화 수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정부 내 고노담화 검증 조사팀을 설치 계획을 발표하며 “새 담화를 낼지 어떻게 할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던데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내각이 고노담화의 수정 가능성을 배제한 데는 한국 정부의 강한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낸데 이어 윤병세 외교장관은 최근 유엔 무대에서 일본의 역사 의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한일정상회담이 점점 요원해지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우방인 미국의 곱지않은 시선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4월 말 한국과 일본은 연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은 일본에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촉구해왔으며 지난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미 의회나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고노담화 자체를 부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본 정부는 1993년 담화 발표 당시 한국인 피해자 16명의 증언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사실관계를 확인해 문안을 조정할지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럴나 고노담화에서 애매하게 거론된 일본군, 관헌의 군위안부 강제연행은 ‘스마랑 사건’(인도네시아 주둔 일본군이 1944년 네덜란드 여성 등을 연행해 자바섬 스마랑 근교에 억류하고 군위안부로 삼은 사건) 재판기록 등에 명시된 사실이다. 증언의 오류를 찾아내도 이 같은 증거가 있기 때문에 수정은 애초부터 힘들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담화 수정은 포기하고 담화 작성 과정에서 문제를 찾아 흠집을 내는 식으로 고노담화의 힘을 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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