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우크리아나 사태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크리미아(크림) 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군복 차림에 러시아 국기를 든 무장괴한들이 전날 크리미아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 있는 의회와 정부청사를 장악한 데 이어 28일 새벽, 같은 복장의 무장세력 50여명이 수도 크리미아국제공항에 침투했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있는 세바스토폴 벨벡공항에도 비슷한 괴한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국제공항 측은 “정상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아르센 아바코프 내무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밤 사이 벌어진 일은 러시아와 연계돼 있으며 군사 침략이자 점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벨벡공항 등에 병력을 배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심페로폴에서는 지난 26일부터 친러시아 주민들과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우쿠라이나계 및 타타르계 주민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1954년 우크라이나에 편입되기 전까지 수백년간 러시아 땅이었던 이곳은 러시아계 인구가 58%가 넘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친서방 성향의 과도정부에 반대하며 크리미아를 분리해 러시아에 합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수인 우크라이나계(24%)와 타타르 무슬림(12%)들은 반러시아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40년대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된 타타르족은 반러 감정이 강하다. 의회는 오는 5월 주민투표를 통해 분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양측 반목이 깊어져 주민투표 향방은 예측불허이다.
러시아는 친러 정책을 폈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크리미아 접경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등 무력시위를 하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세바스토폴 항구는 러시아가 흑해함대을 주둔시켜 지중해와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기지로 삼은 곳이다. 러시아는 2010년 우크라이나와 군사협약을 맺어 2042년까지 항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정권 이후 이 약속이 계속될지 불투명해졌다. 영국 군사분석기관 IHS제인스의 리 윌레트는 “세바스토폴은 지난 5~10년간 러시아 해군이 흑해와 지중해에 영향력 확보하려는 전략의 중점 허브”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크리미아 반도는 19세기 중반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 제국이 크림전쟁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쯤에는 연합국 정상들이 종전 후 세계구도를 만든 ‘얄타회담’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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