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말리내전에 왜 개입하나

사하라 사막 남쪽 교역로가 지나던 서아프리카는 황금과 소금, 노예 등 무역의 중심지였다. 대형 왕국들이 이 지역 주도권을 갖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며 번영했다 저물었고, 근대 유럽 대국들은 앞다퉈 식민지를 건설했다. 20세기 중반에서야 독립을 맞았지만 질곡의 역사는 끝나지 않은 듯하다.

서아프리카를 활동무대로 만들려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서방세력 간 교전이 본격화했다. 타의에 의한 소용돌이가 또 다시 시작된 셈이다.

말리 수도 바마코 군 공항에서 프랑스 군인들이 13일(현지시간) 작전 수행을 준비하고 있다. | 바마코/신화연합뉴스

북쪽에 알제리, 동쪽은 니제르, 남쪽으로 기니, 서쪽은 세네갈 등 총 7개 나라와 국경을 접한 말리는 한때 서아프리카의 최고 민주주의 국가였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 1992년과 1997년, 2002년 성공적으로 자유선거를 치러냈다. 민주화 흐름에 발목을 잡은 것은 소수민족 투아레그 민족주의자들의 계속된 분리독립 요구다. 인구 150만명의 이 유목민들은 불어를 사용하는 말리인들과 달리 베르베르 계열의 타마세크어를 쓴다. 아랍·아프리카인과도 민족적으로 다르다. 1962년과 1990년, 2006년에 반란을 일으켰으나 국제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원래 이들은 말리 정부군과 동맹을 맺었다. 북아프리카에 근거를 둔 테러단체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관계가 틀어진 원인은 역설적으로 최근 이 지역 평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한 서방국가들 때문이다.

반정부세력이 말리 북부 3분의2 점령

식민지 독립 후에도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패권을 놓고 싶지 않았던 서방국가들은 옛 지배국가들을 경제·군사적으로 도와 왔다. 2001년 9·11 테러 후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미국도 알카에다와 맞선 말리 정부 지원을 확대했다. 자국인 여럿이 알카에다에 인질로 잡혀 있던 프랑스 역시 과거 식민지인 말리에 적극적으로 원조를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투아레그의 숨통을 더 조이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말리 정부가 서구권을 업은 힘으로 국가를 이탈하려는 소수민족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냉전시대 서방이 민족주의에서 공산주의를 분리하려고 쿠바, 베트남 등에 행한 개입은 결국 해당국에 참혹한 결과를 안긴 역사가 있다”며 “같은 실수가 지금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세에 밀리던 투아레그족은 2011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카다피의 용병으로 싸웠던 투아레그족이 정권 붕괴 후 고향인 말리로 군대에서 사용했던 대량의 무기를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강력한 무장을 갖추고, 급진 이슬람 성향의 과격단체 ‘안사르 디네’를 구성했다. 또 민족의 분리독립을 위한 ‘아자와드 해방 국민운동’(MNLA)으로 모여 말리 정부군과 일전을 선포했다.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투아레그족과 이슬람세력은 순식간에 말리 북부 영토 3분의 2를 점령했다. 프랑스 국토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말리 군부는 맥없이 당하는 정부에 회의를 느꼈다. 이에 지난해 3월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정권을 무너뜨렸다. 특히 이번 쿠데타의 지도자는 미국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던 인물로 밝혀져 미 워싱턴 정가를 당황스럽게 했다. 미국은 쿠데타 이후 군 지원을 철수했고, 혼란 정국 속에서 투아레그 반군은 2012년 4월 독립을 선언했다.

프랑스 전투기 공격 이어 지상군 투입

그러나 계속된 말리 북부의 세력전에서 투아레그 민족주의자들은 극단적 이슬람주의 진영에 밀렸다. 이슬람 세력은 북부 장악 후 남쪽으로 진격하며 주민들에게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강요했다. 절도범의 손목을 자르고 불륜을 저지른 연인은 돌을 던져 처형하고 음악은 금지시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팀북투 진흙사원 유적들도 ‘이단’으로 간주해 모두 파괴했다. 학대를 이기지 못한 지역민 40만명 이상이 고향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다.

가장 먼저 말리의 상황 악화를 막겠다고 나선 것은 프랑스다. 이슬람 반군이 서아프리카에서 세를 확장하면 유럽 안보가 위협받고, 각종 범죄가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군사개입을 선언했다. 말리에 살고 있는 6000명의 자국민 보호도 이유로 꼽았다. 프랑스 정부는 북부 반군이 남부로 향하는 데 전략적 요지인 코나가 함락되자 1월 11일(현지시간) 말리에 전투기를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프랑스가 이슬람 반군 세력 확산을 막기 위해 말리에 군대를 파견한 다음날인 1월 12일(현지시간) 수도 바마코에서 오토바이를 탄 시민들이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 바마코/AFP연합뉴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우리의 목표는 하나다”라며 “이번 작전을 끝내고 떠날 때 말리 내부에 안전과 이치에 맞는 지도자, 테러세력의 위협 제거가 확실히 정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800명의 병력을 보냈던 프랑스는 규모를 2500명으로 늘렸고, 교전 엿새째인 16일부터는 지상군도 투입한 상태다.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이번 개입에는 프랑스의 어려운 국내 사정이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회주의 성향의 올랑드는 1년 전 우파 사르코지를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올랑드의 사회당은 대통령직에서부터 정부, 상·하원, 지방자치정부에서 대·소도시까지 장악했다. 사회주의자들이 이렇게 큰 정치력을 가진 적은 없다. 국민이 준 힘으로 대규모 실업,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하는 정부 부채, 공공지출 감축 등 산적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집권 8개월, 실적은 아무것도 없다. CNN은 “계획도 없고 정체된 사회를 깨부술 정치력도 없는 올랑드는 대통령직을 은닉할 방법이 필요했다”며 “그는 외교적 도전을 선택했고, 이슬람 반군 소탕작전이 그에게 최고 혹은 최악의 기회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슬람세력 확장 우려하는 미국, 참전 여부 고민

첫 공격 후 프랑스가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자 서방국가들도 지지의사를 밝히며 출전 채비를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움직임은 더디다. 특히 미국은 군사력을 어느 선까지 지원할지, 미국의 정치적 목적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수준이 어느 선인지 고민 중이다.

미국은 이미 이번 교전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공중급유, 공중보급 등 병참 지원 요청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직접적 군사 지원을 금지한 미국법이 표면적인 문제다. 미국과 서방 관계자들은 “미군 고위층은 초기에 지원하자고 목소리를 냈으나 새로운 갈등에 연루되는 것을 우려하는 백악관 때문에 행정부는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스페인 순방을 떠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15일 병참과 정보 지원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미군 투입은 아직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반군이 말리 내 영토를 확장하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전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반군이 장악한 북부지역이 테러리스트들의 피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지난해 9·11 테러 11주년과 맞물려 일어난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에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가 연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아프리카 이슬람 세력의 경우 말리 정부군의 적이었을지는 몰라도 미국을 직접 위협한 적이 없다는 점이 미 정부의 고민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