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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이집트 성지순례 버스 폭탄테러]대선 앞둔 이집트 군부 정권 ‘이슬람 조직 옥죄기’ 나설 듯

by bomida 2014. 2. 17.

ㆍ‘유력 후보’ 엘시시 흔들기

ㆍ반군부 지속 도발 가능성
ㆍ대테러 정책 새 국면 예고

한국인 관광객 테러사건이 이집트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늘어나는 반군부 진영의 공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군부 정권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테러는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시나이반도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벌어진 공격이다. 이곳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산악 지형인 탓에 정부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치안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지난해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정부가 무너진 뒤 상황이 더 악화됐다. 수도 카이로에서 매일같이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면서 치안인력이 그쪽에 쏠린 이유도 있다. 이집트 군 장성 출신인 마흐무드 코트리는 16일 일간 알아흐람에 “무능한 경찰은 버스 폭발물조차 점검하지 못하느냐”며 “리더십 부족이 부른 총체적이고 명백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이슬람 무장조직들은 정부·군 시설과 정치인, 각료들, 군부 인사들을 주로 노렸다. 이번 사건은 무장조직들의 공격 대상이 민간인, 외국인 등 ‘소프트 타깃(연성 목표)’으로 바뀌는 징후라는 분석도 있다. 카이로 알아흐람정치전략연구소의 이맘 라가브 연구원은 “무르시 축출 후 군부가 벌여온 대테러 정책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건물을 공격하면 치안 공백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만, 관광객을 공격하면 관광대국인 이집트의 경제적 손실을 불러와 군부 정권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을 1990년대 이집트 전역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일어났던 무차별 공격이 재현될 조짐으로 봤다. 1997년 룩소스에서는 이슬람 단체의 공격으로 일본인 등 외국인 58명이 숨졌다. 당시 사건은 무바라크 정권에 큰 타격을 입혔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대선에서는 압델 타파 엘시시 국방장관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엘시시를 흔들려는 공격이 늘어날 수 있다. 엘시시가 그간 내세워온 최대 강점이 ‘정국을 안정시킬 강력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무장세력의 공격은 엘시시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선택된 것들이었다. 지난달 시나이를 가로지르는 가스관이 4차례나 파괴됐다. 카이로 도심에서도 급진단체의 공격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가스관 폭파와 여행객 공격은 이집트 경제의 두 기둥인 가스 수출과 관광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 보안전문가 푸아드 알람은 “그들은 경제를 포함해 국가 전반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은 이집트 경제의 10% 이상을 차지하나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침체기를 걷고 있다. 쿠데타 이후 상황은 더 악화돼 2013년 1~11월 외국인 관광객은 87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050만명)보다 20% 이상 줄었다. 히샴 자주 관광장관은 “2013년은 사상 최악의 한 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을 빌미로, 군부가 더 강도 높은 이슬람조직 옥죄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집트 정부는 여러 이슬람세력과 연계된 무슬림형제단을 이미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불법화했다. 특히 한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 테러가 일어난 날은 무르시 재판이 재개된 날이었다. 이번 공격을 형제단과 과격 이슬람단체가 연계돼 있다는 증거로 삼아 탄압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