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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시나이 반도, 이슬람 무장세력 주무대로

by bomida 2014. 2. 18.

ㆍ치안 공백 틈타 무장단체 모여들어 지하드 열기

ㆍ이집트 정부 조기 진화 실패 땐 주변국 불안 확산

한국인 관광객 테러사건이 일어난 이집트 시나이반도가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예멘에 이어 알카에다 같은 무장조직들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 치안 공백을 틈타 주변 지역에서 들어온 무장 무슬림들의 결합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각형 모양의 시나이반도는 지중해와 홍해 사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요지에 있다. 이집트가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는 액화천연가스와 석유의 통로이기도 하다. 반도의 한쪽에 있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석유는 전 세계 공급량의 3%로, 연간 24억달러의 수익을 이집트 정부에 안긴다. 유럽의 미군이 걸프로 이동할 때도 이곳을 거친다. 아랍권과 이스라엘을 잇는 가스관도 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국경을 맞댄 곳이기도 하다.

과거 몇 차례 중동전쟁에서 격전지가 되곤 했지만 경제적·정치적·사회적으로는 이집트 내에서도 늘 뒤처져 있었다. 6만㎢ 넓이에 60만명밖에 살지 않는 데다, 인프라와 치안 등 모든 면에서 등한시되면서 오랜 기간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이집트 정부가 붕괴하자 주변 지역의 무장세력들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11년 8월 군이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독수리 작전’을 벌였으나 무장세력을 없애지 못했다.

혼란이 극대화된 것은 지난해 7월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를 받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쫓겨나면서다. 무르시 지지자들이 정부의 탄압을 덜 받는 이곳으로 왔고, 기존의 무슬림세력들도 목소리를 키웠다. 특히 이번 버스 테러를 주도한 시나이 최대 이슬람 무장조직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는 세속주의 성향이 짙은 이집트 군부 정권을 ‘이단자’로 간주하며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이 일대의 반정부세력은 주로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손잡고 팔레스타인을 봉쇄하는 것에 반대하거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를 지원하는 활동을 했다. 하지만 최근 시나이의 상황은 이런 전통적인 정치 이슈를 둘러싼 충돌이 아닌 지하드(이슬람 성전) 성격이 강하다. 이집트 언론 알아랍알야움은 지난 10일 알마크디스에 대해 “이집트의 새로운 알카에다 프랜차이즈”라고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시리아 내전을 혼돈으로 몰아간 알누스라전선, 지난해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를 저지른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리비아 동부의 안사르 알샤리아 등과 비슷하게 알카에다식의 극단주의를 신봉하고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테러집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관광객 공격 이전까지만 해도 알마크디스는 이슬람 정권을 몰아낸 군부를 공격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들이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공격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미 알마크디스는 견착식 미사일을 비롯해 충분한 무장력을 갖추고 있으며, 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지에서 넘어온 무장세력이 결합하고 있다. 알아랍알야움은 “이집트 정부와 군이 이른 시일 안에 (알마크디스를) 진압하지 못할 경우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으로 불안정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