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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이집트 성지순례 버스 폭탄테러]“검문소 대기 중 버스 앞쪽에서 ‘펑’”… 한국인 겨냥 여부 불분명

by bomida 2014. 2. 17.

ㆍ테러 사건 재구성


“몇 분만 지났으면 이스라엘로 넘어갔을 텐데….” 성지순례에 나섰다가 16일 이집트에서 폭탄테러를 당한 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신도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현장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이집트 당국은 17일 이번 사건을 자살폭탄테러로 보고 있다고 밝혀 한국인들이 테러의 직접 목표였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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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총격전 벌어진 줄 알아”
승객들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중간에 있는 문 통해서 탈출



■ 생존자들이 전하는 당시 상황

사고 당시 버스에는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소속 성지순례단 31명, 한국에서 같이 출발한 가이드 1명, 현지 여행사의 한인 인솔자 등 한국인 33명과 이집트인 가이드 및 운전기사 등 35명이 타고 있었다. 터키를 거쳐 지난 14일 이집트에 온 성지순례단은 전날 카이로에서 시나이로 이동한 뒤 성 카타리나 수도원 등을 방문하고 이스라엘로 건너가기 위해 16일 오후 2시40분쯤 타바 국경초소에서 출국수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버스가 폭발했다.

샤름 알셰이크 국제병원에 입원 중인 중앙교회 김동환 목사는 17일 연합뉴스에 “국경 앞에서 입국 절차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폭탄이 터졌다”며 “버스 앞에서 터져 앞쪽에 앉아 계시던 분들이 많이 다쳤다”고 말했다. 뒷자리에 앉아 부상을 입지 않은 차기호씨는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난 뒤 총이나 대포 소리가 몇 차례 이어지더니 버스 앞쪽이 화염에 휩싸였다”며 “처음에는 인근에서 총격전이 발생한 줄 알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차씨는 “어디선가 엎드리라는 소리가 들리며 승객들이 깨진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일부는 중간에 있는 문을 통해 빠져나갔다”면서 “2~3초만 늦었더라면 나도 어떻게 됐을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현지 가이드가 출국수속을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는 순간 20대 무장괴한이 버스에 폭탄을 투척해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현장 CCTV를 분석한 이집트 경찰은 자살폭탄테러로 결론지었다. 하니 압델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17일 AFP통신에 “일부 승객들이 짐을 내리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버스에 탔고, 3걸음을 뗐을 때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 범행 주장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는 누구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한 극단 무슬림 무장단체인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예루살렘의 지지자들)는 “이집트에 대한 공격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나이에 기반을 둔 알마크디스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에서 모두 배척당하는 베두인족이 대부분이지만 아랍 등 외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고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등장해 활동하고 있다. 강한 반정부 성향 때문에 최대 1000명 정도의 조직원이 가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뒤 군경 기관과 인사를 상대로 한 본격적인 테러에 나서고 있다.

알마크디스는 알카에다의 공식지부는 아니지만 연계된 세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한국인을 목표로 삼았나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강경 규탄했지만 한국인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외국인 혹은 관광객을 겨냥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생존자들은 당시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버스가 자신들이 탄 것뿐이었기 때문에 범행의 대상이 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알마크디스의 소행이 맞다면 이들이 한국인을 특정해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다. 현지 언론들은 시나이반도에서 2008년 이후 관광객을 상대로 한 공격이 처음 일어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