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캐나다 달러화 수년 만에 최약세… 투자자금 회수도 빨라져
요동치던 신흥국 통화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이후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하지만 파장은 선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추가 테이퍼링 발표 전후 사상 최저로 떨어진 터키 리라화와 5년 내 최약세를 보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31일 달러 대비 가치가 회복세를 보였다. 양국 중앙은행은 앞서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린 바 있다.
반면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캐나다 달러화와 노르웨이 크로네화도 달러 대비 수년 만에 최약세를 보였다. 원자재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들로, 중국 성장세가 꺾이고 신흥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 석유·철광석·유제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소시에테제네럴의 세바스찬 갈리는 “투자의 위험 회피가 이미 호주와 캐나다 등 약한 선진국 통화로까지 번졌다”고 분석했다.
세계 투자시장의 자금 회수도 빨라지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 조사 결과 지난달 29일까지 신흥국 주식에서만 122억달러가 회수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신흥시장 채권펀드도 지난달에만 46억달러가 이탈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1월 증시도 2010년 이후 4년 만에 동시 하락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31일 “신흥국들이 경제 펀더멘털 강화를 위한 긴급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IMF는 연준의 테이퍼링을 적절한 조치로 판단하지만 “신흥국 파장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동요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유동성 상태를 염두에 둬야 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선진국의 이기적 정책이 신흥국의 혼란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 통화정책 협력은 깨졌다. 선진국이 이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2008년 금융위기에서 신흥국이 세계경제 회복에 공조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30일 블룸버그TV에 말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세계은행이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도 중앙은행이 있고 각자의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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