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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니파 맹주 사우디, 레바논에 군자금 30억달러 지원

by bomida 2013. 12. 30.

ㆍ‘이슬람 종파분쟁 대리전’ 시리아 내전 우회 개입 속내


중동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레바논에 30억달러(3조1600억원)의 군사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시리아 내전 이후 이슬람 종파분쟁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레바논 정국에 또 다른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셸 술레이만 레바논 대통령은 29일 방송 연설을 통해 “압둘라 사우디 국왕이 30억달러에 이르는 이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며 “모든 극단주의에 맞서는 관대함과 열정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고 현지언론 데일리스타가 보도했다. 이번 지원금은 레바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조이다. 레바논 전체 군비의 두 배에 이르는 이 돈은 무기구매에만 쓸 수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군사용을 포함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주는 연간 지원금과 맞먹는 규모라고 전했다.

사우디의 ‘통 큰’ 지원 뒤에는 복잡한 중동 정세가 얽혀 있다. 우선 시아파 대국인 이란에 대한 대응 측면이다. 사우디는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시작한 뒤 관계가 틀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원조액으로 레바논이 구입하는 무기는 프랑스산으로 지정했다. 두번째는 종파분쟁에서 수니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길어지면서 시리아 정부(시아파)와 반정부진영(수니파) 간 분쟁은 이웃 레바논으로도 번지고 있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 정부군 편에서 전쟁에 참가하고 있다. 사우디는 레바논 정부를 원조해 헤즈볼라와 시리아 모두를 견제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살만 왕자(오른쪽)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3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회담을 마치고 걸어나오고 있다.

이날 사우디는 레바논에 군비 30억 달러를 지원안을 발표하면서 프랑스산 무기 사용에만 쓸 수 있다고 밝혔다.AFP


사우디가 지원계획을 발표한 시점도 중요하다. 지난 27일 수도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수니파를 대표해온 유명 정치인 무함마드 샤타 전 재무장관 등 8명이 폭탄테러로 숨졌다. 샤타는 수니파 정치인들의 수장 격인 사드 하리리 전 총리의 최측근이다. 하리리는 즉각 헤즈볼라를 비난했다. 그리고 곧이어 사우디의 지원 소식이 발표됐다. 하리리는 샤타가 숨지고 이틀 만인 29일 사우디를 방문, 압둘라 국왕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뒤 지원을 이끌어냈다. 레바논 정치학자 라미 코우리는 “사우디의 지원은 하리리의 입지를 높이고 헤즈볼라를 약화시킬 수 있겠지만, 결국은 레바논의 불화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리아 내전 여파로 레바논에서는 이미 긴장이 높아진 상태다. 샤타를 노린 테러로 희생된 16세 소년 무함마드 샤르의 장례식에서는 29일 헤즈볼라를 비판하는 구호가 나왔다.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은 “레바논의 수니파 정치인, 공직자 모두가 시리아 정권의 목표가 됐다”며 반목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