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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남수단 사태 인도적 위기로 치닫나…피란 여아 관통상

by bomida 2013. 12. 29.

ㆍ정부군·반정부군 교전 격화

ㆍ2주 만에 1000명 이상 사망
ㆍ“반군, 한빛부대 주둔지로 진격”

군복을 입은 채 죽은 이들이 도랑에 줄을 지어 누워 있고,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가린 남성들이 담요에 덮인 군인들의 시신을 나른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길 한복판에도 시신이 있다. 떠나지 못한 주민들은 약탈당한 가게에서 남은 것을 뒤지고 있다. 불에 탄 집터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른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남수단 어퍼나일주 주도 말라칼에서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 격렬한 교전이 있었다. 나흘간이나 이어졌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이 28일 전한 교전의 상처는 처참했다.

말라칼 거리에서 교전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집 안에서 총성이 멎기만 기다렸다. 세 아이 아빠 오톰 볼(27)은 교전이 잠시 중단되자 가족을 데리고 마을을 탈출해 외곽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로 도망쳤다. 안심할 새도 없이 총알은 기지 안 임시천막까지 날아와 여섯 살 난 딸아이의 몸을 관통했다.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아이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볼은 “우린 평범한 시민이고, 누가 싸움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우린 피해자”라고 말했다.

유엔은 말라칼 등 교전지 주변 기지에 주민보호용 임시피란소를 마련했지만 상황은 최악이다. 음식과 물은 동이 났고, 안전 역시 담보하지 못한다. 토비 렌저 유엔남수단임무단 부대표는 “직원 25명이 수백명을 통제하고 있는데, 사람들 간 시비라도 일어나면 일촉즉발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콜레라 등 전염병을 막기 위해 정수작업을 하지만 역부족이다. 이곳에서 다섯 동생을 돌보고 있는 시몬 모니루크(21)는 “아이들이 더러운 물을 마셔 병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지 내 한 의사는 “항생제와 진통제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모니루크는 “수백명을 죽게 만든 것은 두 사람의 정치”라며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과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 간 싸움을 비난했다.

남수단 수도 주바에 마련된 유엔 임시피난소에서 29일 한 어린이가 물이 고인 흙바닥에서 폐타이어를 가지고 놀고 있다.AP


말라칼은 남수단의 주요 석유생산지로, 수단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가 지나가고 식료품 상점과 공항도 있다. 이 때문에 종글레이주와 수도 주바 등지에서 벌어진 민족 간 싸움과는 달랐다. 딩카·누에르·실루크족이 섞여 있는 지역 특성도 있지만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하려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자카리아 요우알(26)은 “나는 누에르족이지만 딩카족과 실루크 사람들도 모두 군인들의 표적이었다”고 말했다.

2주 만에 1000명 이상이 죽고 12만여명이 피란길에 오른 남수단 사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본격적인 중재에 나섰고, 연말까지는 두 사람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계획이지만 전망은 어둡다. AP통신 등은 무장 반군 수만명이 29일 한빛부대가 주둔한 보르로 진격하면서 또다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콘트레라스 유엔남수단임무단 대변인은 “이들 반정부군은 군사훈련을 받지 않아 어디로 튈지 모른다. 모든 행동이 마차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키르 대통령은 반정부군 세력과 정치적 해결을 위해 지난 15일 쿠데타 시도로 체포된 11명 가운데 2명을 27일 석방했다. 그러나 마차르가 수감자 모두를 풀어줘야 대화할 수 있다고 나오면서 추가 석방 계획은 취소됐다. 마이클 마쿠에이 남수단 정보장관은 “교전 중지에 대한 (반정부군의)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조건 없는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이번 중재에 실패할 경우 잠시 소강상태인 주바에서 다시 교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