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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글부터 사물놀이까지 터키 대학 ‘한국 공부’ 열풍

by bomida 2010. 4. 21.

ㆍ‘형제의 나라’ 큰 관심… 한국어과 취직 잘돼


지난 14일(현지시간) 터키 에르지예스대학의 교정에 북·장구·징·꽹과리의 사물놀이 가락이 울렸다. 쾌청한 날씨였다. 잔디밭에 둘러앉은 8명의 학생들은 어깨를 들썩이고 몸으로 장단을 맞췄다.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그들은 한국에서 온 기자를 밝게 맞았다. 강당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학생 10여명이 부채를 들고 한국무용에 열중하고 있었다. 1~4학년 학생 127명이 한국어문학을 전공하는 이 대학은 수도 앙카라에서 남동쪽으로 400㎞ 떨어진 카이세리에 있다. 2003년부터 졸업한 한국어 전공자만 70명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에르지예스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이 교정에서 사물놀이를 하고 있다. | 김보미 기자


4학년인 에제 부육초반(21·여)은 후배들이 춤의 순서를 틀리는 것을 보며 웃다가 능숙한 한국어로 말한다. “선배들이 한국인 무용 선생님에게 배운 춤을 매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며 물려주고 있어요.” 에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 덕에 한국을 알았다”며 “한국어가 터키어와 같은 우랄알타이어족이라 문화적 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두 해 전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다녀왔고 내년부터 대학원도 한국에서 마칠 생각이다. 그는 “현대나 코트라 와 같은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도 했다.

하리카 인제탄(22·여)도 올 여름 방학을 한국에서 보낼 계획이다.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의 통역사를 맡기 위해서다. 하리카는 “삼성·LG 등 한국 가전제품이 터키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어문학과 괵셀 튀륵외쥬 교수는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한국을 많이 알지만 요즘은 ‘김치를 먹어 봤다’거나, ‘한국 드라마·영화를 얼마나 봤다’고 한국을 얘기한다”며 “한국어과 취업률은 50% 수준으로 높은 터키 실업률에 비하면 취직도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전공자 중 상당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도 치른다. 에제는 “토픽 점수가 있으면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카이세리·앙카라에서 치러진 토픽시험엔 97명이 응시했다. 지난해보다 26% 정도 늘어난 숫자다. 이스탄불 한국인문화원(사)에서 만난 부르주 외즈바이락(25·여)도 올해 앙카라까지 6시간이나 차로 달려가서 토픽을 치렀다. 

“제 이름은 한국어로 ‘유리’라는 뜻이에요.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터키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팬카페를 운영하려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터키의 ‘코리아팬스’라는 사이트는 회원이 2만명도 넘어요.” 가수 동방신기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이스탄불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터키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용덕 문화원장은 “한국 드라마·영화가 터키에서 인기를 끌면서 2007년부터 수강생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스탄불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온 전기수씨(25·서울시립대)는 “어른 세대는 한국전쟁으로, 젊은이들은 2002 월드컵 4강 때 경기장에 대형 터키 국기를 걸어줬던 것을 기억하며 호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