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서방이 진행 중인 핵협상의 타결이 임박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과 협상을 하고 있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날 일정을 마치고 “합의안을 작성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이란 IRNA가 보도했다. 아락치 차관은 “내일 이 논의가 시작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합의안 작성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동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캐서린 애쉬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이란과의 3자 회담을 위해 이날 제네바로 향하면서 타결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합의안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란이 핵 프로그램 일부를 포기하고, 서방은 금융거래 제한 등 제재 조치를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이 핵무기 제조용으로 의심받고 있는 20% 농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비축분을 내놓으면 미국·유럽은 동결된 이란의 해외 자산을 풀어주고 금·귀금속·석유제품 수출 금지를 완화하는 식이다.
서방과의 핵협상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란은 이번 협상에서 합의안을 이끌어내 서방의 제재를 완화해 경제 부담을 덜고 싶어한다. 서방의 제재로 이란 석유수출은 지난 18개월간 절반 가까이 줄었고, 달러 거래가 막혀 석유를 판 돈도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유럽 은행에 묶인 자금이 500억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금융 등 일부 분야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니 카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져도 핵심 제재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핵 협상이 이뤄질 경우 이란 핵무기 제조를 영구적으로 막는 첫 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를 이루더라도 합의안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2009년 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 역시 서방 제재를 풀어보고자 농축 우라늄을 제3국으로 이전하겠다고 했지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반대로 이 약속은 며칠 만에 무산된 적이 있다. 지난 8월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과 관계 개선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하메니이는 이번 협상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3일 “강대국들과의 핵 협상을 지지하지만 이번 회담을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협상안을 따라야 제재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가 가시화될 경우 미 의회와 중동 내 우방국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이란과 각을 세우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는 이번 제안(협상안)을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역사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하원은 이란 석유수출량을 추가로 제한하는 제재안을 가결시켰고, 상원 금융위원회 역시 새 제재안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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