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이 사망한지 9년 만에 그의 독살을 증명하는 분석이 나왔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회담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방송은 6일 스위스 로잔대 법의학센터가 아라파트 유해에서 채취한 늑골·골반 등의 샘플 조직을 조사한 결과 정상수치의 18~36배에 이르는 치명적인 수준의 폴로늄210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폴로늄210은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의문의 암살을 당했을 때도 쓰인 방사성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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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측은 유해가 매장된 뒤 한참 지난 것을 감안해 결과 신뢰도는 85% 정도라고 밝혔다. 영국 법의학전문가 데이비드 바클레이는 “아라파트의 병은 폴로늄 때문이었고, 사망에 이르기에 충분한 검출량”이라며 “(폴로늄은)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 악의적으로 물질이 사용됐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아라파트는 2001년 말부터 죽기 전까지 이스라엘 군사들이 포위한 정부청사에서 사실상 구금상태에 있었다. 2004년 10월 구토·복통 증세로 앓아 누운 뒤 병세가 악화돼 프랑스 파리 군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입원 2주 만에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암살의 배후로 지목됐다. 숨진 직후에는 부검을 하지 많았으나 지난해 조사에서 아라파트 칫솔과 속옷에서 폴로늄이 발견되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시신을 발굴해 채취한 조직을 스위스·프랑스·러시아 과학팀에 추가 조사를 맡겼다. 지난 달 러시아팀이 폴로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했다. 프랑스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 여사는 “진짜 범죄임이 드러났다. 정치적 암살”라고 말했지만 특정인이나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갈 팔모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독살을 나타내는 폴로늄이 검출됐더라도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이스라엘은 (암살에)관여하지 않았다. 우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다시 일겠지만 증거가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로 이스라엘의 소행임을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팔레스타인 내부의 반이스라엘 감정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재로 3년 만에 재개된 이후 난항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상을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이 최근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에 신규 주택을 짓겠다고 나서자 팔레스타인 안에서는 이에 반발해 회담을 끝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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