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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오바마, 재선 때 ‘클린턴 부통령’ 카드 고려했다

by bomida 2013. 11. 1.

버락 오바마 1기 미국 정부의 든든한 외교수장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6)이 오바마 재선 준비 때 조 바이든 부통령 대신 ‘러닝메이트’로 지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시사주간 타임의 전 편집장 마크 핼퍼린과 뉴욕매거진 존 하일먼이 출간할 예정인 <더블 다운>에서 오바마 대통령 최측근들의 이 같은 내부 사정을 공개했다고 지난 31일 보도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힐러리 부통령설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오바마와 힐러리측은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

참모진이 ‘클린턴 부통령’ 카드를 고심한 때는 오바마 지지율이 2008년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2011년 가을이다. 재선 도전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던 때다. 오바마 보좌진들은 힐러리를 재선 부통령 후보로 올려야 한다고 당시 백악관 대통령 비서실장인 윌리엄 데일리를 압박했다. 

데일리 전 비서실장은 “지지율이 바닥을 쳤을 당시. 선거 전 다각도로 대안을 점검해보는 듀딜리전스(due diligence)차원의 움직임이었다”며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아서 여러가지를 해봤어야 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러나 여론은 참모진의 생각과 달랐다. 

같은 해 연말 비밀리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인기에도 ‘힐러리 부통령’ 카드는 그다지 큰 정치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결론났다. 핼퍼린과 하일먼은 “바이든이 자신을 향해 쏜 지도 모른 총알을 피했다”며 “측근들이 말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와 클린턴 장관의의 관계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클린턴의 국무장관 지명이 2008년 대선 민주당 예비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상처를 봉합해 보려는 차원으로 알려졌지만 취임 후 오바마는 1년 이상 클린턴과 연락하지 않을 정도로 대면을 피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하자 클린턴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참모진은 관계 개선을 위해 골프 약속을 잡고, 편한 식사자리도 만들었지만 오바마는 둘만 있는 시간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오바마는 2012년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와 벌인 1차 TV토론회에서 참패하고 나서야 클린턴에게 도움을 청했다.

재선 선거운동 기간 클린턴과의 해빙기를 맞았지만 오바마와 바이든의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대통령 측근들은 바이든이 말 실수가 잦은 점과 대선을 준비하는 행보가 마땅치 않았다. 지난해 오바마가 대선용으로 준비한 동성결혼 지지 의사를 바이든이 먼저 밝힌 뒤에는 전략회의에서도 배제됐다. 오바마는 설득력있는 화술로 자신을 대변해주고 사적인 상담가 역할을 해준 클린턴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대선 날 밤, 롬니의 패배 인정 전화를 받자마자 오바마가 처음 연락한 이는 클린턴이었다. 

오바마는 2기 정부에서도 클린턴에게 국무장관을 계속 맡기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클린턴은 오바마 재선 후 첫 해외 순방길에 오른 지난해 11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오바마의 이 같은 부탁을 거절했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이 지난 31일 보도했다.

2016년 대선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로부터 벗어나 본격적인 대선 주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에 대한 지지율은 46% 수준으로 지난해(56%)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다른 대선 후보군을 앞도하고 있다.

곧 출간된 <더블 다운>의 내용이 미리 알려진 뒤 오바마 대선 캠프를 두 차례 이끌었던 데이비드 플루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1일 트위터를 통해 “선거캠프 내 누구도 바이든 교체를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