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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시아 유일, 일본 무쓰의 ‘폐연료봉 중간저장시설’에 가다

by bomida 2013. 10. 30.

ㆍ사용후핵연료, 원전 밖으로 빼내 임시 보관


일본 본토인 혼슈(本州) 북쪽 끝, 사과와 단풍이 유명한 아오모리(靑森)현에 또 다른 상징물이 있다. 인구 6만여명의 소도시 무쓰(むつ)시에 완공된 ‘리사이클연료비축센터’다.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밖으로 빼내 임시로 보관해 놓는 중간저장시설이다.

지난 25일 방문한 비축센터는 오는 12월 마지막 기준 적격심사를 앞두고 설비와 기계심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2010년 기초공사를 시작한 뒤 올 7월 완공이 목표였지만, 2011년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면서 공사가 1년간 중지돼 일정이 지연됐다. 예정대로 연말에 가동을 시작하면 원전에서 쓰고 난 뒤 1년 정도 냉각한 폐연료봉을 금속 밀폐용기(캐스크)에 담아 저장하게 된다. 두께 1.5m의 콘크리트 건물 안에 보관되는 캐스크는 재처리 전까지 바람을 이용한 냉각을 거친다. 5000t 규모의 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데, 1차로 완공된 건물은 3000t을 수용할 수 있다. 10~15년 후 나머지 용량을 저장할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건물당 사용 연한은 일단 50년으로 제한했다. 사용 연한 연장 여부는 향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기로 했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 금속밀폐용기 바람으로 냉각… 3000톤 규모 핵연료 저장 가능
한국도 원전 폐기물 처리 고심… 중간시설 등 대안 여론 수렴


산업통상자원부가 30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하면서 한국도 고준위 원전 폐기물 처리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들어간다. 한국보다 긴 원전 역사를 지닌 일본이 아시아 최초로 중간시설을 만든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반감에도 원전 정책 유지를 고수하며 2016년 폐기물 저장공간 포화를 경고하고 있어, 시간을 벌 수 있는 중간시설이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56년 폐기물을 재처리해 사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000년 원전 밖에 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민간 원전기업인 도쿄전력과 일본원자력발전은 포화상태에 이른 폐기물을 재처리 전까지 임시로 보관할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여러 곳이 경합했지만 가장 주목된 곳이 무쓰였다. 고 스기야마 마사시(杉山肅) 시장은 이때 주도적으로 원전 시설 유치전을 펼쳤다. 척박한 지형 탓에 산업기반이 없던 무쓰는 1960년대 중반 석유화학공단을 만들려고 했으나 1973년 오일쇼크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고도 성장이 멈추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당시 끌어다 쓴 차입금과 개발 적자는 현과 시에 재정부담을 안겼다. 특히 무쓰시립병원이 낸 24억엔의 적자를 메울 재원이 절실했다.

아오모리현이 위치한 시모키타(下北) 반도 일대에는 이 같은 환경 때문에 유독 원전 시설이 많다. 동북전력의 히가시도리 원전과 로카쇼 재처리공장이 완공됐고, 도쿄전력(히가시도리)과 J파워(오마)도 추가로 원전을 짓고 있다. 무쓰만 세키네하마(關根浜) 항구에 이미 원자력선이 들어와 있었던 점도 무쓰가 중간저장지로 선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폐기물은 바다로 운송하는 것이 지상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반도 내 다른 지역의 재처리공장, 원전과 뱃길을 이용하기 쉬운 것이다. 비축센터 운영회사인 리사이클연료저장주식회사의 구보 마코토(久保誠) 사장은 “주민들의 반대가 없었다고 볼 수 없지만 당시 17년간 연임한 시장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설득한 것이 동의를 이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