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빌 게이츠 재단 후원 등 퇴치운동 13년 만에 성과
말라리아는 전 세계 2억1900만명이 앓고 있는 주요 전염병이다. 이 병으로 연간 66만명이 죽지만 백신 개발이 더뎠던 것은 환자 10명 중 8명, 사망자 10명 중 9명이 가난의 땅 아프리카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이나 백신 개발 기술이 없는 최빈국 환자들은 국제사회가 움직여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말라리아 퇴치운동이 본격화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글락소)은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말라리아 예방백신(RTS,S)의 임상 결과를 공개하며 내년 유럽의약품감독국에 허가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르면 2015년부터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여러 제약사가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백신 개발이 가시화된 것은 처음이다. 글락소는 이 백신을 만드는 데 3억5000만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해 아프리카 7개국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2억달러를 후원했다.
탄자니아 수도 다르 에스 살람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바가모요 마을의 한 가정에서 엄마와 아이가 모기장 안에 앉아 있다. AFP
말라리아는 에이즈, 결핵과 함께 ‘소외된 질병’으로 불린다. 가난한 나라에서 환자 대부분이 나오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방치된 환경은 전염·발병률을 높이고 다시 사망자 수를 계속 늘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세계보건기구와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재단인 ‘글로벌펀드’에 따르면 30년 넘게 아직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에이즈는 2011년 말 기준으로 3400만명이 감염돼 있다. 환자 셋 중 두 명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사람들이다. 국제기구들이 예방을 위한 원조에 나서 2000년대 중반 연간 220만명이던 사망자는 2011년 170만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250만명이 새로 감염됐다.
결핵은 주로 질병의 진행이 빠른 젊은층에서 발병하는 탓에 사망률이 더 높다. 2011년 870만명이 감염돼 140만명이 숨졌다. 결핵 사망자의 95%는 개발도상국에서 나온다. 마크 다이벌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에 “이들 3대 전염병을 막을 과학적 기반은 마련돼 있으나, 이를 필요로 하는 곳들은 대외 원조를 받아야 하는 곳들”이라며 “결국 돈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글락소 개발도상국 담당 던컨 리어마우스 수석부회장도 “영국에서 아프리카처럼 말라리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면 백신이 이미 나왔을 것”이라며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의료적 부담이 되는 질병이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시급한 문제로 다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라리아 백신이 상용화돼도 그 효과는 가격에 달려 있다. 약은 결국 비영리단체와 재단들의 지원금으로 아프리카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백신이 상용화돼도 그 효과는 가격에 달려 있다. 약은 결국 비영리단체와 재단들의 지원금으로 아프리카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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