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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한국, 떠오르는 커피의 나라”

by bomida 2012. 5. 6.

ㆍ미 최고권위 ‘커피이벤트’ 단독 주제로 한국 강연회
ㆍ“원두 소비 커피숍 급증 최고급품 시장 확대 주목”

지난달 20일 미국 포틀랜드 오리건 컨벤션센터. 연중 가장 큰 최고급 커피(스페셜티커피·Specialty Coffee) 행사인 ‘커피 이벤트’가 열린 이곳에 세계 유명 원두 판매상과 바리스타 등 커피 종사자가 집결했다. 이날 한 강연장에는 청중 120여명이 가득 모였다. 우리나라 커피를 주제로 한 강연이 열리는 자리다.

행사를 주관한 미 스페셜티커피협회는 이번 이벤트에서 떠오르는 커피 시장(Emerging Markets in Asia)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국가별 강연의 경우 생두 원산지를 중심으로 잡는 게 보통이다. 소비국가, 특히 아시아 국가인 한국이 단독 주제로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셜티커피는 고품질 원두를 잘 관리된 농장에서 재배·수확해 볶는 과정까지 최상의 상태로 유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커피다. 커피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이를 즐기는 인구는 전체 커피 소비자의 10% 수준이다. 값도 일반 커피전문점 원두보다 몇배 비싸다. 아직 봉지당 100원 수준인 인스턴트 커피가 주종을 이루는 한국과는 거리가 먼 문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최상급 커피 종사자들이 한국을 주목한 것은 특이한 커피 문화 때문이다. 폭발적으로 급증한 원두 소비·커피숍 숫자는 눈길을 끌 만했다.

한국 커피업계를 대표해 강연에 참석한 김병기 스페셜티커피 바이어(커피리브레)는 “한국에 카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을 현지 참가자들도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는 생두 수요가 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고급 커피 소비의 확대 가능성도 커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성숙기를 넘어선 일본이나 원두를 이제 받아들이기 시작한 중국보다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며 “거의 모든 국민이 커피를 마시는 것도 시장 매력도를 높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0일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주최한 커피이벤트에서 한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 커피리브레 제공

특히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커피소비국이다. 아직 원두는 믹스·인스턴트 가루(81%)에 밀려 비중이 7.8%에 불과하다. 그러나 잠재력은 엄청나다. 국내에서 소비된 원두는 지난해 12만3029t으로 10년 전보다 1.6배가 늘었다. 하루 300t, 에스프레소 3700만잔 규모다. 커피전문점의 공이 크다. 2010년 8000여개 점포에서 1조5000억원어치가 팔리던 커피는 지난해 1만2400개 매장에서 2조4000억원대, 2배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커피전문점만 1만5000곳, 3조원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바이어는 “한국은 소비 잔 수가 늘어나기보다 원두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성장이 이뤄지면 커피의 맛과 생산이력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스페셜티커피 시장도 천천히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에서 이 같은 조짐은 보인다. 커피 감별을 위한 자격증을 가진 인구가 300명을 넘어섰고 커피 전문기관도 5~6곳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당장 스페셜티커피 문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커피 품질뿐 아니라 공정무역 등 소비 과정 자체의 가치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최종 소비자가 산지 농장의 투명 경영과 원산지 농부의 정당한 이익 여부 등에 커피 선택 기준을 둬야 하는 것이다. 주로 도시인 소비지에서 커피 산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최근 커피 이벤트에 초청을 받은 커피리브레 등 서울 홍익대 지역과 커피마을이 조성된 강원도 강릉 등지에서 산지 농장과 공정한 절차와 관리를 거쳐 직접 커피를 들여오는 움직임이 시작된 상태다.

김병기 바이어는 “다른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길러졌는지 역추정이 가능한 것을 원하는 최근 소비 패턴과도 맞아떨어진다”며 “커피 맛을 구분해 즐길 수 있는 교육과 스페셜티커피가 가진 소비가치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